평창동계올림픽 개막 후 한·일 관계에 대한 해외 언론의 오보가 잇따르자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해당 언론의 사과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에 국민 동참이 이어지는 한편 네티즌들 사이에서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9일 평창올림픽 개회식 중계방송 당시 주관방송사인 미국 NBC 해설자 조슈아 쿠퍼 레이모는 "일본이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을 강점했던 국가지만, 모든 한국인은 발전 과정에 있어 일본이 문화·기술·경제적으로 중요한 모델이 되었다고 말할 것"이라고 말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의 사회·경제적 근대화 초석이 됐다는 이른바 '식민지근대화론'에 맞닿아 있는 주장이다. 역사학계에서 식민지근대화론은 자본주의 맹아론과 함께 한국 근대화 논쟁의 한 축이다. 하지만 학문적 주장이 아니라 세계적 축제의 개최국을 향한 비하발언이라는 점에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역사적 사실관계 자체를 왜곡한 보도까지 이어져 국민 공분이 증폭하고 있다. 이튿날인 10일 영국 신문 '더타임스'는 "독도는 일본이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공동선수단의 한반도기에 표기된 제주도에 대해 "선수들이 들고 있는 깃발은 두 적이 한 깃발로 대표된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일본이 소유한 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처럼 비친다는 이유에서 논란"이라고 보도했다. 독도 영유권을 일본에 있는 것으로 호도했을 뿐 아니라 제주도를 독도로 오인하는 함량미달의 실수도 가세했다.
해당 언론사들은 한국 측의 반발이 잇따르자 수습에 나섰다. NBC는 지난 10일 방송을 통해 사과한 뒤 11일 '망언' 당사자를 올림픽 중계에서 제외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더타임스도 주영국한국대사관이 항의하자 11일 오후 해당 온라인 기사 상단에 정정보도문을 첨부해 "독도는 한국이 관리하고 있고 일본이 다케시마라는 이름으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섬"이라며 "동그라미 친 섬은 아무런 분쟁 대상이 아니다"고 사과했다.
잇따른 해외 언론의 망언과 오보에 한국 네티즌들은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않고 있다 개회식 후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NBC 해설자의 망언을 규탄하고 사과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40여건 올라왔다. 이 중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개하지 않을 수 없어 글을 남긴다"고 밝힌 한 청원에는 이틀간 1200명 이상의 국민이 동참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의 강경한 태도를 요구하는 네티즌 반응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더타임스 오보에 대해 한 네티즌(hill****)은 "결국 우리나라는 매번 이렇게 대응도 제대로 못하다가 우리 땅을 빼앗길 것"이라며 정부의 공식적 움직임을 촉구했다. 또 다른 네티즌(jong****) 역시 "IOC가 독도를 분쟁지역이라고 한 것은 잘못됐다"며 "그동안 정부에서 너무 소극적으로
김범수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는 "타국 언론 보도나 일본 등의 체계적 역사 왜곡 시도로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실효성이 크지 않더라도 민간단체와 정부가 적극적 항의 의사를 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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