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걸린 방사선사…법원 "인과확률 낮더라도 업무상재해 인정해야"

인과확률이 낮더라도 업무와 질병 발생 사이의 인과 관계가 있다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과확률은 방사선 노출이 질병 발생에 미친 영향의 정도를 측정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승원 판사는 방사선사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황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약 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판사는 "방사선 피폭이 발병의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며 "황씨의 발병과 방사선사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황씨가 평소에 건강했고, 방사선 피폭과 벤젠 노출 외에는 백혈병에 걸릴만한 요인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쟁점이었던 낮은 인과확률에 대해선 "낮은 인과확률이 곧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발병이 아니라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확률적으로 방사선 피폭에 의한 발병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황씨는 1987년부터 2007년까지 한 병원에서 20년동안 방사선사로 근무한 뒤 2012년 8월 만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렸다. 이에 황씨는 "방사선사로 일하며 지속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돼 백혈병에 걸렸다"며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인과확률이 기준치인 50%에 미치지 못하는 11.83%로 질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2017년 2월 요양 불승인 처분을 했고, 이에 불복한 황씨가 같은해 9월 소송을 제기했다.
[성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