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을 통해 문단 내 성폭력 문제로 고은 시인이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류근 시인이 쓴소리를 냈습니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해 계간 ‘황해문화’ 2017 겨울호에서 시 ‘괴물’을 발표해 ‘En’으로 지칭한 문단 거물의 성추행을 폭로했습니다.
최영미 시인은 ‘괴물’ 속의 문단 거물에 대해 ‘En’, ‘노털상 후보’, ‘삼십년 선배’, ‘100권의 시집을 펴낸’ 등으로 묘사했습니다.
작품 속 문단 원로는 자세한 언어로 설명돼 있었고, 이에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시인 겸 전 대학교수 고은을 ‘괴물’ 속 거물 시인으로 추측했습니다.
고은 시인은 1958년 시 ‘폐결핵’으로 등단한 시인으로 1992년 등단한 최영미 시인의 34년 선배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고은 시인은 노벨상 시즌 때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내외에서 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돼온 거물입니다. '괴물' 속 'En'이라는 명칭도 'Ko Un'으로 표기하는 그의 이름과 유사하다.
이와 같은 논란에 고은 시인은 6일 언론사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마도 30여 년 전 어느 출판사 송년회였던 것 같다. 여러 문인들이 같이 있는 공개된 자리였고, 술을 마시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것 같다.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늘날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전했습니다.
최영미 시인은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처음 시를 쓸 때 누구를 주제로 써야겠다 생각은 하지만, 전개해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들어온다”며 “처음 자신의 경험이나 사실에 기반해서 쓰려고 하더라도 약간 과장되기도 하고, 그 결과물로 나온 문학작품인 시는 현실과는 별개의 것이다. 현실하고 똑같이 매치시키면 곤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최영미 시인은 “저는 우선 그 당사자로 지목된 문인이 제가 시를 쓸 때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다면 굉장히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상습범이다. 한두번이 아니라 정말 여러 차례, 제가 문단 초기에 데뷔할 때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혹은 제가 피해를 봤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이날 류근 시인도 폭로에 힘을 실었습니다. 그는 개인 SNS를 통해 “몰랐다고?”라는 조소로 시작하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그는 “고O 시인의 성추행 문제가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난 모양이다. 놀랍고 지겹다. 6~70년대부터 공공연했던 고O 시인의 손버릇, 몸버릇을 이제서야 마치 처음 듣는 일이라는 듯 소스라치는 척하는 문인들과 언론의 반응이 놀랍고, 하필이면 이 와중에 연예인 대마초 사건 터뜨리듯 물타기에 이용 당하는 듯한 정황 또한 지겹고도 지겹다”며 한탄했습니다.
이어 류근 시인은 “솔직히 말해 보자. 나는 한 번도 끼어들지 못한 소위 '문단' 근처에라도 기웃거린 내 또래 이상의 문인들 가운데 고O 시인의 기행과 비행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사람 얼마나 되나. 심지어는 눈앞에서 그의 만행을 지켜보고도 마치 그것을 한 대가의 천재성이 끼치는 성령의 손길인 듯 묵인하고 지지한 사람들조차 얼마나 되나. 심지어는 그의 손길을 자랑스러워해 마땅해야 한다고 키득거린 연놈들은 또 얼마나 되나”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또 그는 “눈 앞에서 보고도, 귀로 듣고도 모른 척한 연놈들은 다 공범이고 주범이다. 눈앞에서 그 즉시 그의 손을 자르고 목을 베어야 옳았다. 괴물과 괴물의 각축이 되어서, 결국 성범죄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듯한 이 나라, 여기에 무슨 OO 내 성폭력이라는 범주가 새삼 필요한가. 온 나라가, 온 안팎이 성폭력에 징집돼 있는 것 아닌가”라며 불쾌함을 드러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