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1차, 2차 면접을 어렵지 않게 통과하더니 최종 4등으로 합격까지, 바로 모 금융지주 회장의 종손녀였죠.
최하위 점수를 받은 전 사외이사의 자녀를 합격시키고, 계열사 사장 지인의 자녀를 채용하는가 하면, 명문 SKY대 출신을 뽑기 위해 다른 대학 출신 합격자들을 불합격 처리하기도 한 은행권 채용 비리의 민낯입니다. 이렇게 반칙과 특혜로 들어온 제2의 정유라는 대부분 계열사 CEO나 정치권 등 권력기관의 힘 있고 가진 자들의 자녀들이었습니다.
은행들은 지난해 우리은행의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진 직후 자체 점검을 실시했고, 부정청탁 채용사례는 단 1건도 없다고 금감원에 보고했는데 다 거짓이었던 겁니다. 이름, 학교 다 가리고 능력만 본다던 노 스펙이니, 블라인드 채용이니 앞다퉈 도입한 것도 다 시늉이고 말 뿐이었던 거고요.
이래설까요.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공부를 잘 하는학생들의 비중도 크게 줄었습니다. 소위 '개천의 용'들이 더 이상 나오기 힘든 구조가 돼 버린 겁니다.
청년 실업률이 최악이라는 지금, 강원랜드 등 공공기관에 이어 은행권에서까지 무임승차가 판을 치니 청년들은 어딜 바라봐야 하는 걸까요. 거의 재난 수준의 취업률은 둘째 치고라도 사회가 공정하다는 걸 느껴야 실패를 했을 때도 그 결과를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요.
더 좋은 일자리는 못 만들어 줄망정, 최소한 젊은이들이 경쟁하는 운동장에서만큼은 공정한 룰이 적용되게 해 줘야 합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안 됩니다. 힘 있는 자, 가진 자끼리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하는 나라에선 더 이상 미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