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덜 됐는데 수사 종결…국회의원 이름 등장하는 증거목록 삭제 압력"
대검 "증거목록 숨길 이유 없었다…불구속 기소는 춘천지검 의견 따른 것"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했던 현직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부실·봐주기 수사 논란으로 재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놓고 사건 처리 과정 전반에 걸쳐 진상조사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미현(39·사법연수원 41기) 춘천지검 검사는 4일 MBC와 인터뷰에서 채용비리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4월 당시 최종원 춘천지검장이 갑자기 수사를 조기 종결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는 안 검사가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서 최흥집 전 사장을 수사하는 부분을 인계받은 지 두 달 만이었습니다. 안 검사는 최 전 사장의 구속영장 초안은 물론 검사장의 수사 보완지시 등이 적힌 메모까지 전임자로부터 인계받은 상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안 검사는 "당시 사건처리 예정보고서에는 그 결과가 불구속 (또는) 구속으로 열려 있었는데, (최 지검장이)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을 만난 다음 날 '불구속으로 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 전 사장은 같은 해 4월 당시 강원랜드 인사팀장과 함께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시민사회단체에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가 부실·봐주기라는 논란이 일었고, 결국 재수사로 이어져 최 전 사장은 작년 12월 구속됐습니다.
안 검사는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과 모 고검장, 최 전 사장 측근 사이에 많은 연락이 오간 정황에 비춰 수사에 정치권과 검찰 수뇌부의 개입을 의심하는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안 검사는 "상관으로부터 '(수사 대상인) 권 의원이 불편해한다'는 말을 듣고, '권 의원과 염동열 의원, 그리고 고검장의 이름이 등장하는 증거목록을 삭제해달라'는 압력도 지속해서 받았다"고 폭로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사건처리나 의사 결정과 관련해 외압은 없었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대검 관계자는 '증거목록 삭제 요구'가 있었다는 주장과 관련해 "최 전 사장은 이미 기소된 후 변호인 측에서 증거목록 등을 모두 복사해 간 상태였기 때문에 숨길 이유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공소사실과 관계가 없는 증거나 수사기관의 판단이 기재된 수사보고서 등은 변호인이나 재판부에서 정리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수사팀에서 어떻게 할지를 두고 논의가 있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불구속 기소로 사건을 빨리 끝내라'는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춘천지검에서 수사 상황을 종합해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에게 불구속 의견을 개진했던 것이고 김 전 총장은 춘천지검 의견에 따라 처리하도록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안 검사가 사건을 담당하기 전에 이미 춘천지검에서 대검에 불구속 기소로 최 전 사장의 신병을 처리하겠다는 의견을 건의한 사실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 전 지검장 등도 안 검사
한편 춘천지검이 재수사 중인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해 의혹을 받는 자유한국당 염동열(태백·영월·평창·정선·횡성) 국회의원은 지난달 28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지난 14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귀가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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