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을 도와 한국 축구대표팀의 4강 신화를 이끌기도 했던 그는, 지금 베트남의 히딩크라 불리고 있습니다.
'기적을 만들 수 있는 행운은 없다'
이 신조 아래 박 감독은 베트남 선수들의 체력과 정신력 등 기본기를 기르는 데 집중했습니다. 체력이 약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그 결과 120분 풀타임 출전은 물론, 사흘간 240분의 경기를 뛰는 선수들까지 생겼습니다. 또 훈련이 너무 힘들다며 양을 줄여달라는 선수들에겐 그럴 거면 축구를 그만두라고, 너희들을 지원하는 조국에 보답하라고 가르쳤습니다. 편견을 깨고 실력을 쌓을 수 있게 용기를 불어넣는 것, 이것이 FIFA 랭킹 112위를 결승에 진출시킨 박항서 감독의 마법이었던 거죠.
우린 그동안 '왜 우리에겐 히딩크 같은 감독이 없냐'고 말해왔죠.
그런데, 있었습니다.
그럼 우리가 발견을 못 했던 걸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엔 이런 감독이 많습니다. 단지 우리 사회가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막고 있는 거죠.
만약 박항서 감독이 우리 대표팀을 맡았다면, 그가 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요.
아니, 또 여러 곳에서 '어떤 선수를 기용해달라'·'어느 위치에 넣어달라'·'누구는 빼달라' 등등 여러 민원과 부탁이 빗발치면서, 박 감독은 아마 그들과 싸우다가 지쳤을 거다고 얘기한다면 제가 너무 심한 비약을 하는 걸까요.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또는 누구와 연줄이 있어서 노력과 상관없이 부당한 대가를 챙기는 사회. 때문에 가상화폐에 목을 메며 일확천금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지금 우리 사횝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정정당당히 겨룰 수 있게, 그래서 그것으로 인한 결과에 수긍할 수 있는 사회. 박항서 감독의 마법 아닌 마법, 정석이 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지금 정부와 정치권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