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길어 나를 정도의 대야가 없어 아기 욕조에다 물을 받아 4층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어요. 차가운 물을 데우느라 두 시간 동안 커피포트도 쉴 새가 없네요."
지난 24일 밤 10시. 평소라면 한적해야 할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인근 주택가 골목길이 시끌벅적했다. 한파로 인한 수도관 동파로 물공급이 끊긴 4층짜리 한 다가구건물의 1층에 다섯 가구 주민들이 모두 나와 있었다. 건물에서 유일하게 물이 나오는 야외 수도꼭지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세입자 김 모씨(65)는 "설비업자까지 불렀지만 날씨가 풀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해 무작정 기다리는 중"이라며 "춥고 불편하지만 이렇게 물을 길어 나르니 옛날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26일까지 추위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이 지역 주민들은 사흘 이상 물 부족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같은날 밤 열수송관 파손으로 일대 아파트 난방과 온수공급이 끊겼던 노원구 일대는 25일 오전 6시 기준 대부분 정상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와 중랑구 일대 아파트 6만4674세대는 24일 오후 7시30분부터 난방과 온수 공급이 끊기는 불편을 겪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노원구와 중랑구 전체 세대가 39만6751세대인 점을 감안하면, 두 자치구서 사는 주민 약 16%가 한시적으로 난방과 온수 공급을 받지 못한 셈이다.
노원구 하계동 H아파트 주민 이 모씨(50)는 "24일 오후 8시께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된다는 방송이 두 번에 걸쳐 나왔다"며 "다행히 그 전에 받아놓은 따뜻한 물이 있어서 그리 불편함은 못 느꼈다. 자고 일어나니 다시 난방과 온수 공급이 원활히 됐다"고 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 김씨는 "24일 경비 일지를 보니, 우리 동에서 4세대가 온수 난방이 안 된다며 민원을 넣었고 다 처리된 것으로 적혀있다"며 "25일 오전 6시 이후로 난방과 온수 공급이 정상화되면서 별 다른 민원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파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서울시와 산하 에너지공사가 초동 대응을 적절히 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에너지공사 관계자는 "현재 사고가 터진 지점의 열수송관을 절단해 파손 원인을 점검하고 있다"며 "관이 노후화해 파손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 검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노후관 전면 점검을 당부했고, 서울에너지공사와 서울시도 재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25일 아침 최저기온은 철원이 영하 24도, 파주 영하 21.5도, 제천 영하 20.6도 등으로 이번 겨울 최저기온을 갈아치운 곳이 속출했다. 이번 추위는 북극 저기압이 베링해부근에 위치한 기압능으로 인해 동쪽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정체하면서 찬공기를 우리나라 부근으로 불어넣으면서 시작됐다. 26일에도 한파는 지속될 것으
[김제관 기자 / 나현준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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