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발목 접질렸다고 어쩌다 한번도 테니스를 안 쳤는데 올 봄부터는 다시 쳐야겠다. 제일 나이 많은 정현's Kids가 되는 것이 꿈."(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페이스북)
지난 24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27·미국)을 3대0으로 꺾고 4강에 진출한 정현(22·한체대)의 선전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지금 테니스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 호주오픈 8강 경기가 열린 24일 오전 11시~오후 2시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현황 [자료출처 = 네이버] |
일부 언론에서는 '박세리 키즈', '김연아 키즈', '박태환 키즈'처럼 골프와 피겨스케이트, 수영 뿐만 아니라 테니스에서도 '정현 키즈'가 나올 수 있는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 '귀족스포츠' 인식 바뀌나
사실 국내에서는 테니스 종목이 그리 인기가 높지 않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테니스 라켓과 신발, 공 등이 필요한데다 이 장비들을 유지하는 비용도 꾸준히 들어간다. 여기에 제대로 된 강습을 받기 위한 레슨 비용과 코트 대여 비용까지 합하면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장소 제약도 있다. 예전에는 500가구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는 의무적으로 테니스장을 설치해야했지만 1998년 사업주체가 임의로 운동시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시행령이 개정되며 최근 신규 단지에서 테니스장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실제 대한테니스협회 자료에 따르면 25일 기준 테니스 선수나 동호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전국 테니스장은 1135곳으로 달하지만 그나마 서울이 212곳, 경기 155곳, 부산 112곳 등 몇몇 대도시에만 100여곳이 넘을 뿐이다. 장소가 부족하니 예약도 쉽지 않을 뿐더러 그나마 접근성이 좋은 테니스장은 이용비용도 높은 편이다.
게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황제 테니스 논란'에 이어 지난해 말 불법건축한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장 이슈가 불거져 국내에서는 테니스 종목에 대한 시각이 그리 긍정적이지 못했다.
◆ 테니스 용품 매출 급증
그러나 최근 정현 선수의 활약으로 테니스에 대한 관심도가 급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6년만에 호주오픈 남자 단식 4강에 오른 아시아 선수가 된 정현 덕분이다.
4강 진출을 확정지은 지난 24일 오전 11시~오후 2시 'JTBC 스포츠테니스 2018 호주오픈 8강 경기'는 시청률 5.02%를 기록하기도 했다.(닐슨코리아 집계기준)
이날 한 테니스 동호인은 "회사에서 몰래 온라인으로 (경기를) 보고있는데 (시청자가) 60만명이 넘었다"며 "곧 우리나라에서도 테니스가 인기종목이 되지 않을까"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테니스 관련 용품 구매도 늘어나는 추세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일주일 동안 테니스가방 매출이 작년 대비 31%나 늘었고, 테니스화 등의 매출도 76% 올랐다. G마켓에서도 8강전이 있었던 22일 후로 테니스 라켓 매출이 작년 대비 106% 증가한
이런 열풍에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테니스 종목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두명의 자녀를 둔 한 직장인은 "안그래도 올해는 첫째 아이에게 운동을 하나 배우게 하려 했는데, 집근처에 테니스장이 멀지 않으니 이참에 한번 등록을 알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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