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고 이미 다른 집회 참가자들이 도로를 점거한 상황에서 합류한 시위자는 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간부 권모씨(46)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권씨가 교통 흐름이 차단된 상태에서 시위대에 합류했다는 사정만으로 교통방해 위험을 전혀 발생시키지 않았다거나, 사전에 공모가 없었다고 해서 공범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권씨가 다른 집회참가자들과 도로점거를 사전에 암묵적·순차적으로 공모했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죄책을 물을 수도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씨는 2015년 11월 14일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반대하는 '민중 총궐기 대회'에 참석했다.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앞에 설치된 경찰 차벽 앞에서 도로 전 차선을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점거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1심은 "비록 경찰이 당시 차벽 등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현장 인근의 도로를 통제했더라도 참가자들이 신고된 경로를 현저히 벗어나 행진한 결과로 교통방해가 초래됐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경찰의 차벽 설치로 교통 흐름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였고 다른 집회 참가자들의 도로점거가 완료된 후 시위에 합류했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권씨가
대법원 관계자는 "집회·시위의 단순참가자에게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에 관한 종전 판례 내용을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채종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