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에도 "블랙리스트는 없었다"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지만 "일부에서 법원 현안 파악 자료를 문제 삼아 계속 갈등을 부추길 것"이라는 염려가 퍼지면서 법원 내부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21일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에 따르면 위원회측은 지난주 말 "다음 주 초에 조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판사들은 이르면 22일 결과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추가조사 발표가 공식 예고되면서 법원 안팎에선 "블랙리스트가 없어도 없다고 발표하진 않을 것", "다른 현안 파악 자료를 문제 삼는 것 자체가 블랙리스트가 없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 "이대로 갈등이 잦아들진 않을 것"이라는 염려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무엇을 블랙리스트라고 부를지에 대한 뚜렷하고 공식적인 기준이 없다는 점 △그 때문에 추가조사위가 법원 현안 파악 자료 등을 문제 삼을 것 △판사들의 대규모 퇴직 △ 검찰·특검 수사 착수 등이다.
우선 블랙리스트 판별 기준이 없다는 점을 판사들이 가장 불안해한다. 한 고등부장은 "특정 의견을 문제 삼아 어떤 판사를 직무에서 배제시켰다거나 평정에 근거를 두지 않고 인사에 불이익을 입혔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 한 블랙리스트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추가조사위가 블랙리스트를 규정해선 안 되고 조사 결과를 최대한 공개해서 판사들이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 문서들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는 증언이 나오면 그때 블랙리스트가 될 수 있지만 그같은 피해자가 없다면 그건 문제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판사들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주도하는 인사모(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모임)가 추가조사위를 좌우하고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법원장은 "추가조사위를 좌우하는 인사모는 블랙리스트가 없어도 없다고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1년간 사법부 전체를 혼란과 불안에 떨게 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뭐라도 있다는 식으로 발표한 뒤 판사들을 '선동'하는 일을 계속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귀뜸했다.
때문에 행정처의 법원 주요 현안을 파악하는 통상 업무 자료를 문제삼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이미 "2016년 단독판사회의 의장 후보로 나섰던 박모 판사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당선 방해를 했고 인사에 불이익을 주려한 것이 알려지자 지원장으로 인사 발령했다"는 의혹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 판사가 "당시 (행정처 관계자의) 전화를 특별히 인사불이익을 통보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공식 밝혀 의혹은 사실이 아닌 점이 확인됐다. 한 전직 법원장은 "사법부 현안 파악 자료를 문제삼는 것 자체가 블랙리스트가 없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고등부장 판사는 "행정처는 사법부 현안을 파악하고 전망과 대책을 세우는 것도 공식적인 업무"라며 "애초 원했던 자료가 안 나온다고 사법부 현안 파악 자료를 문제삼는다면 앞으로 아무도 행정처 업무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혼란과 갈등이 거듭되자 이미 40여명의 법관이 2월 정기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밝혔고 사직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지난 몇 년과 비교할 때 역량을 인정받는 엘리트 법관들이 대거 사직할 것으로 보여 로펌들의 경쟁이 이미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법원장 출신 한 로펌 대표는 "최근 법원 내부 갈등에 염증을 느낀다는 후배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사모 편에 서서 법원 내분을 부추긴다면 검찰과 특별검사의 수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염려하고 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말 김 대법원장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수도권의 법원장급 인사는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된 수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공정성을 의심받는다면 특별검사가 도입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일부 검사들이 기자
[채종원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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