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줄 테니 아이를 낳으라는 것처럼 말이죠.
지난해 체포된 전직 항공사 승무원은 2010년과 2012년, 아이 둘을 낳았다며 출생신고를 했습니다. 회사에선 수백만 원의 출산휴가 급여를 지급했고 지자체는 출산장려금을, 정부는 양육지원금을 지급했죠.
이렇게 받은 돈이 무려 5천만 원.
하지만 그녀가 낳은 아이는 없었고, 출생신고는 허위였습니다.
한편, 충북 영동군은 출산 장려금을 올린 후 출생아 수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당연히 기쁘고 반가운 일인데 이제부터가 걱정입니다.
지난해 아이를 낳은 산모 중 37%가 주민등록을 옮긴 지 1년도 안 된 신규 전입자였거든요. 출산장려금을 받기 위해서일까요? 어쨌든 그러니, 다시 그 지역을 떠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전남지역에선 지난 5년간 7백억 원이 넘는 출산 지원금을 지급했는데, 돈만 받고 지역을 떠난 이가 1,600명이나 됩니다.
이런 걸 '먹튀'라고 하죠.
이처럼 허위신고에 위장전입·먹튀 심지어 '아(兒)테크'란 말까지 나오지만, 지자체들은 여전히 경쟁하듯 출산장려금을 올리고 있습니다. 전국 지자체 중 예산이 가장 많은 서울 강남구도 이미 8년 전 먹튀 논란으로 출산장려금을 줄였는데 말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속고 속이는 게 개인 간의 일이 아니란 겁니다. 속은 건 지자체와 정부지만, 그 돈은 국민이 낸 세금이고 아이는 우리 사회 모두의 일입니다. 학생 수가 줄어 재정이 적자라며 폐교하겠다는 서울 은혜초등학교처럼, 이미 낳은 아이도 제대로 교육을 못하는데 누가 아이를 낳으려고 할까요.
눈앞의 성과를 위해 세금을 낭비하고 아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버리게 한 정책이야말로 가장 먼저 고쳐야 할 병폐입니다. 우리 미래를 위해서 좀 더 멀리 보고 현명한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