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제천 화재 참사 관련 충북소방본부·제천소방서 압수수색
'대응 부실' 소방 지휘관들 곧 소환, 법적 책임 여부 조사
제천소방서 "1979년 개청 이래 첫 압수수색" 당혹·침통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충북도소방본부와 소방종합상황실, 제천소방서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충북경찰청 수사본부는 15일 오전 10시 현재 이들 3곳에 수사관 24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하고 있습니다.
제천 화재 당시 진화와 구조를 담당했던 제천소방서의 경우 12명의 수사관이 소방서장실, 소방행정과, 대응구조과, 예방안전과, 중앙119안전센터 등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습니다.
이날 오전 9시께부터 파견된 수사관들은 압수 수색 대상 사무실 문을 잠가 외부와의 접촉을 전면 차단한 뒤 제천 화재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복사본 등을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이날 입수한 소방 자료를 토대로 화재 당시 소방 당국의 초기 대응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입니다.
경찰은 화재 참사 당시 늑장 대처로 물의를 빚고 있는 소방대의 법적 책임을 따지고자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앞서 유가족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화재 발생 원인과 인명 구조 초기 대응 과정을 밝혀달라며 경찰에 수사 촉구서를 제출했습니다.
대책위는 수사 촉구서에서 ▲ 소방당국의 상황 전파 ▲ 2층 진입 지연 이유 ▲ 초기대응 적절성 여부 ▲ LPG탱크 폭발 가능성 ▲ 무선 불통 이유 등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습니다.
소방합동조사단 역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적절한 상황 판단으로 화재 진압 및 인명 구조 지시를 내렸어야 할 현장 지휘관들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경찰은 유족들이 수사를 요구한 상황에서 대응 부실을 인정하는 소방당국의 자체 조사 결과가 발표된 만큼 현장 지휘관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나 직무 유기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에는 최초 출동한 제천소방서 소속 소방관 6명에 대한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했습니다.
이어 이번 주중 초동 현장 지휘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제천소방서장 등 지휘관들을 줄줄이 소환 조사할 계획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서로부터 관련 서류를 임의 제출받는 방법도 있지만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데다 유족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신뢰와 공정성
제천소방서 직원들은 "1979년 개청 이래 처음 겪는 압수수색"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압수수색을 취재하러온 기자들에게 "너무 힘들다 나가달라"고 요청하는 등 침통한 분위기였습니다.
지난해 12월 21일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대형 화재는 29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