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중 결정한 투자로 한국교직원공제회에 약1000억원의 손실을 안긴 김평수 전 공제회 이사장에게 8억원을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내부 반대 의견 등에도 불구하고 지인 부탁 등을 받고 투자를 강행해 공제회에 손해를 입힌 책임이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공제회 측은 해당 사건들은 김 전 이사장이 사익을 추구하려 한 부분도 있어 연기금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11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교직원공제회가 김 전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15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8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제회도 이사장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손해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며 공제회 측 책임도 일부 인정했다.
공제회는 마르스2호사모펀드, 영화배급업체 이노츠 주식 투자 및 창녕실버타운 투자에 대해 각각 4억원씩, 공제회의 신용과 명성이 훼손된데 따른 배상액 3억원 등 총15억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이 중 마르스2호와 이노츠 주식 투자에 대해서만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소한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 손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공제회는 2007년 서울레이크사이드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설립된 사모펀드 마르스2호에 1065억원을 투자했다가 2014년 기준 915억원의 투자손해를 입었다. 이 펀드는 당시 한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레이크사이드 지분 47.5%를 우선 매입했다. 그리고 회사대표 윤모씨에게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해 그의 지분 9%를 추가 인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제회는 이 펀드에 후순위 출자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윤씨에게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해 결과적으로 경영권 확보에도 실패했고 회사 주식 등의 가치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재판부는 이 투자를 결정할 당시에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이사장이 실무자에게 직접 후순위 출자구조가 적힌 문서를 주며 검토를 지시한지 1주일만에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어 "실무자로부터 부정적인 의견이 포함된 보고를 받았으나 더 검토해 보거나 추가 대책마련 등 다른 절차나 조치 없이 실무진에게 강압적으로 출자약정서 발급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영권 확보에 실패할 위험성을 투자 당시부터 예견할수 있었음에도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노츠 주식 투자는 지인 부탁을 받고 당초 투자가 불가능한 회사임에도 투자를 강행한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 전 이사장은 2006년 2월 지인 허모씨 소개로 이노츠 대표이사를 만난 자리에서 투자 검토를 지시했다. 그는 한 달 전 허씨로부터 이 회사 미공개정보를 입수해 주식을 사고팔아 4억5966만원의 이득을 본 상황이었다.
그는 매출, 관리종목지정 이력 등을 분석해 기재한 부정적인 의견의 1차 투자판단서를 보고 받고 화를 내며 반려했다. 그리고 다시 이노츠의 홍보자료를 토대로 긍정적인 전망을 담은 2차 투자판단서를 보고 받았다. 또 3년 연속 적자인 기업에 투자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을 개정하도록 지시해 이노츠를 투자가능종목군에 편입시켰다. 그리고 공제회가 이 회사 주식을 담자 본인도 차명으로 함께 매수·매도하며 1억5000만원의 차익을 얻었다.
재판부는 "개인적인 이익을 고려하거나 막연히 주가가 상승하리라는 기대로 투자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창녕실버타운 사업에 대해서는 "수년 전부터 회원들인 교직원 복지를 위해 구상, 검토해 오던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해 부적절한 사업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공제회는 조만간 김 전 이사장을 상대로 남은 추가 소송을 낼 예정이다. 공제회 관계자는 "당시에 김 전 이사장이 저지른 문제나 비리에 대해 확실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이 연기금 투자를 위축시킨다든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기금 업계에서는 부당한 업무지시가 근절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국내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판결은 공제회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내린 부당한 지시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향후 국내 연기금 공제회 투자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암암리에 윗선에서 내려온 이른바 '오더(order) 딜'을 검토하느라 시
[한우람 기자 / 채종원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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