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명성이 무색하게도 전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애플은 배터리 수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2월,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킨 뒤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가 이용자들이 의혹을 제기하자 최근에서야 그 사실을 인정했죠.
반면, 삼성은 재작년 갤럭시노트 7 배터리 불량 사태 때 며칠 만에 바로 생산 중단과 사용 중지 조치를 내렸죠. 덕분에 당시 위기는 기업 평판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리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습니다.
단지, 두 기업의 대처법을 비교하자는 게 아닙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문제 수습 과정에서, 유독 한국시장만 우습게 보는 '코리아패싱 현상'이 무한 반복되는 걸 얘기하고자 합니다.
애플은, 한국에선 아무 일도 없었던 척 가만히 있다가 이달 2일부터서야 배터리 교체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중국에선 친절하게 번역을 해 교체 정보를 알렸지만, 한국에선 사흘 동안 달랑 영문 공지문만 띄워놨었죠.
이에 격분한 국내 소비자 33만 명이 집단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 문제는 별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우리에겐 여기에 맞설 제대로 된 법 조항이 없거든요.
사실, 정부의 이런 태도가 뭐 그리 새삼스럽진 않습니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태 때 미국은 정부의 압박으로 피해 배상금만 17조8,000억을 매겨 피해자 한 명당 최대 1만 달러, 우리 돈 천 백만 원 상당의 현금을 지급받았지만 우리는 100만 원어치의 쿠폰이 전부였죠.
또, 구글의 탈세와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유럽연합은 3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우리는 뒷짐만 지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언제까지 국가의 미비한 규제로, 보호받긴커녕, 쥐꼬리만한 피해보상만으로 만족하며 분통만 터뜨려야 하는 걸까요?
정부가 국내 소비자 보호 제도를 재정비하지 못한다면 해외기업들에게 한국은 영원히 만만한 시장, 한국인들은 영원한 그들의 봉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