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등 지자체가 비리를 막기 위해 공무원 퇴직 후 연관업체 취직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 아직도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취직하면 막을 방법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퇴직 서울시 공무원이 취직한 회사가 서울시 발주 용역 사업을 따내는 사례도 나와 제도보완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재작년 6월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실 도시브랜드담당과에서 2년반동안 근무하다 퇴직한 A과장(4급)은 그만둔지 불과 한 달 만에 평소 서울시 용역을 자주 맡고 있는 B홍보마케팅 회사 상무로 취임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B사는 도시브랜드담당과에서 14개 사업을 묶어 발주한 17억6000만원 규모의 '서울홍보마케팅' 용역에서 8개 업체와의 경쟁을 뚫고 사업을 따냈다. 지난해 도시브랜드담당과 총 예산 37억370만의 절반 가까이 해당하는 규모다.
서울시는 용역업체 선정 과정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돼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측은 A씨가 시 재직 당시 4급 임기제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퇴직 후 연관기업 취업제한대상자에 해당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용역 결과를 다시 한번 검토했고 A씨 취업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A씨가 속한 회사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A씨는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른 취업제한대상자가 맞지만, 동법 시행령 33조 1호에서 지정한 자본금 10억원 이상의 업체가 아니고, 인사혁신처가 고시한 취업제한 대상 기업 명단에도 B사가 포함돼 있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회사 자산규모가 10억원만 넘지 않으면 퇴직 후 얼마 되지 않아도 업무 연관된 기업에 취업하는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게 되는 허점이 존재하는 셈이다.
서울시는 심사 마지막 과정에서 A씨가 B사에 소속돼 있는 것을 확인하고 100점 만점의 평가 기준에서 B사에 '-1점'의 벌점을 부여했다. 그 결과 B사는 2위 업체와 0.18점 차이로 사업을 따낼 수 있었다.
문제는 서울시의 경우 1점 벌점이라도 주는 반면, 다른 지자체의 경우도 고위공무원이 규모가 작은 회사에 퇴임 직후 취직이 가능함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사 과정에서 퇴직 공무원이 있을 경우 벌점을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는 서울시가 최초"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 자유한국당 소속의 박성숙 의원도 최근 서울시가 A씨가 속한 B사에 일감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심사 과정 자체에서 서울시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사위원을 선발할 때 100명의 심사위원 풀 중 14명을 8개 업체들이 직접 참여한 뽑기를 통해 선정했고, 그 중 여건이 되는 7명의 심사위원을 선정해 심사를 맡겼기 때문에 심사 과정에서 비리가 개입될 여지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도시계획담당관측은 용역 관계자들이 A씨와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신임 시민소통기획관은 취임한지 6개월
A씨도 "도시계획담당관실에서 나온지 오래 돼 해당 사업과 관계가 전혀 없으며, 사업 과정에 개입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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