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얼굴 공개하라"
고준희 양(5) 시신 유기 사건 현장검증에서 친부 고모씨(37)가 모습을 드러내자 주민들은 욕설과 고성을 퍼부었다.
고 양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은 4일 오전 10시 고씨 집이 있는 전북 완주군 한 아파트에서 시작됐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추운날씨에도 고씨 집 앞으로 몰려든 주민 수십명은 호송차에서 내린 고씨를 향해 "살인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최모씨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저런 몹쓸 짓을 저지를지 꿈에도 몰랐다"며 "사람이 너무 무섭다"고 치를 떨었다.
점퍼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고씨는 경찰과 함께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주방에서 30cm 자를 들어 경찰이 준비한 고 양 대역 마네킹을 수차례 때리는 시늉을 했다.
지난해 3월 말 끼니를 제때 먹지 않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준희 양 발목을 여러 차례 밟은 모습도 재연했다. 고씨는 "지난해 1월29일에 친모로부터 준희를 데려왔다. 준희가 말을 듣지 않아서 자로 등과 엉덩이를 때렸다"고 말했다. 20분가량 집 안에서 현장검증을 마친 나온 고씨는 딸을 차량에 싣는 장면도 연출했다.
그는 "아픈 준희를 차에 실었는데 이미 숨진 뒤였다.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숨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경찰에 말했다.
하지만 학대 혐의는 부인했다. "학대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오. 아이를 학대하고 폭행한 적 없다"면서 "아이에게 죽을 때까지 미안하다. (평생) 사과하고 반성하고 빌며 살겠다"고 했다. "어떤 부분이 미안한가"라는 질문에는 "준희를 지켜주지 못한 부분입니다"라면서 "준희를 폭행하기는 했지만 죽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현장검증을 지켜 보던 주민들은 "동물도 자기 자식은 끔찍이 여기는데 딸을 때려서 죽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저런 범죄자랑 같은 건물에서 살았다는 게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고씨 내연녀 이모씨(36)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이날 현장검증을 거부했다.
[완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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