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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임없이 순환되는 눈, 코, 입 (2017)> [사진 제공 = 윤다인 비주얼아티스트] |
마치 여러 개의 얼굴이 겹친 듯한 이 작품은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아니다. 그리는 데만 4시간이 넘게 걸린 착시 그림이다. 비주얼 아티스트 윤다인 씨(25)는 자신의 얼굴과 몸을 캔버스 삼아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일루전 아트(illusion art)'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 주요 미디어들이 그의 작품을 앞다퉈 소개하고 있고,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NBC방송의 인기 토크쇼인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윤씨를 매경닷컴이 최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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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다인 비주얼아티스트(24) [사진 = 엄하은 인턴기자] |
▷일루전 아트의 정확한 정의는 없으나 말 그대로 착시효과를 내는 예술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내 작품은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 착각하게끔 만들어 착시효과가 주는 미묘한 재미를 표현한 것이다. 이를 보고 독일 언론이 처음으로 '일루전 아트'라고 명명했는데, 착시의 뜻인 일루전이란 단어가 이를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독특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을 배웠고 무언가를 그리는 일은 익숙했다. 대학 전공도 무대미술 학과로 진학했고 이후 나만의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던 차에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느껴,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영화 제작 현장 아르바이트부터 분장 아르바이트까지 여러 분야를 경험해보면서 내가 공연이나 극을 분석해 분장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표현하는 시각화 작업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실제와 똑같이 그리는 정물화에 자신이 있어 이를 살려 나만의 생각을 얼굴과 몸에 그리기 시작했다.
-당신 작품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된 과정이 있을 것 같는데.
▷영상과 그림 등 현재까지 총 150여 점의 작품을 제작했다. 고민과 연습의 반복이었다. 방안에 혼자 앉아 이것저것 얼굴이나 몸에 그리기 시작했다. 매일 하다 보니 내 작품이 특이한 줄도 몰랐는데 2016년 초, 우연히 SNS에 작품 사진을 올리게 된 후 주목을 받게 돼 '이게 신기한 거구나' 싶었다. 처음 올린 작품이 인스타그램의 예술 관련 유명 페이지에 실리면서 하루가 지날 때마다 수천 명씩 팔로워가 늘었다. 이후 외국 언론들이 내 작품을 소개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엘렌쇼'까지 출연할 수 있었다. 혹자는 SNS를 통해 운 좋게 뜬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 과정은 수 없는 고민과 시행착오가 먼저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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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엘렌쇼 출연 당시의 모습(왼쪽)과 손톱에 자신의 얼굴을 그리고 머리카락으로 꾸민 네일아트 작품(오른쪽) [사진 제공 = 윤다인 아티스트] |
▷메일로 출연 제의가 왔을 때 사기라고 생각할 정도로 놀랐고 기뻤다. 언론 보도나 방송 출연을 생각하면서 작품 활동한 것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엘렌쇼는 욕심이 나더라. 수십 번의 사전미팅 끝에 출연하게 됐다. 가장 효과적으로 내 작품을 보일 수 있게 여러 개의 눈을 얼굴에 그린 채 방송에 출연했다. 엘렌쇼 이후 주위 반응이 달라진 듯 하다. '저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한 지인들이 '쟤가 뭔가 하고 있긴 하구나' 싶어하는 것 같다.
-엘렌쇼 출연 당시 네일아트도 화제가 됐다. 설명해 줄 수 있는가
▷손톱에 내 얼굴을 그렸다. 헤어 부분은 실제 머리카락을 이어붙여 마치 손톱에 얼굴이 있는 듯한 형상의 모습을 연출했다. 집에서 특이한 페인팅을 많이 해 가족들은 내 작품을 보고 놀라거나 신기해하지 않는데 이 네일 작품을 보고는 놀라고 무서워하더라. 해외에서는 얼굴과 바디 페인팅 만큼이나 네일아트 사진의 반응이 좋다. 이 사진을 보고 엘렌쇼 PD가 나에게 출연 제의를 하게 됐다고 귀뜸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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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의 자화상>(2017) [사진 제공 = 윤다인 비주얼아티스트] |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 그래서 신체 부위 중 눈이나 얼굴을 그린다. 나는 '눈'이 가장 진실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눈으로 거짓말은 못 하지 않나. 또 거울을 보면서 얼굴에 그림을 그릴 때 조심한다. 거울만 보면서 그림을 그릴 경우, 다 그린 후 카메라 렌즈로 그림을 찍으면 화각이 달라 형상이 입체적이지 않고 어그러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는 도중 항상 거울과 카메라를 번갈아 가며 확인하면서 그리고 있다.
-독특한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다양할 것 같다.
▷SNS에는 각종 언어로 댓글이 달린다. 무섭다 등의 악플도 당연히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나의 작품에 익숙한 가족이나 친구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나 또한 내 얼굴 위의 그림이 익숙한데, 페인팅을 한 채 밖에 나가면 신기해하는 사람 반, 무서워하는 사람 반인 것 같다. 가끔 이게 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신다.
-향후 계획은.
▷개인 작업물을 확장 시키고 싶은 욕심도 있다. 얼굴과 몸을 벗어나 공간을 이용한
[디지털뉴스국 엄하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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