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맡아 온 업무 바뀌자 스트레스로 돌연사…법원 "업무상 재해"

20년간 맡아온 업무가 바뀐 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사망한 회사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쌍용자동차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이모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통 근로자들도 20년간 이어온 업무 형태, 시간이 바뀌면 적응하기까지 상당한 피로·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에서 이씨도 상당한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이어 "사망 전날 시행된 로테이션 시스템은 이씨 입장에서 더욱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1994년 9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20년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프레스생산팀에서 프레스 판넬 제작 업무 등을 주간에 수행했다. 그는 경제적 문제로 야근 업무를 할 수 있는 도장팀에 지원했지만 조립1팀에 배치됐다. 하지만 그는 '원하는 팀에 가지 못했으면 원래 있던 팀에라도 남았어야 한다'는 등의 후회하는 문자를 주변 동료들에게 보내는 등 새로운 업무 환경에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결국 전보된 지 6개월만인 2015년 4월 사망했다. 부검감정서에 의하면 그는 어떤 내적 원인에 따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유족은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사인을 명확히 알 수 없고 업무 내용상 사망에 이를 정도의 부담요인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유족은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성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