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핵(核·nucleus)은 쉬운 우리말에 해당하지 않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입자의 중심이라고 해야할까요."
서울대가 우리말에서 가장 흔한 낱말 2000개만을 사용해 첨단 공학 연구 분야를 쉽게 설명한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인구층을 영미권이나 일본만큼 두텁게 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14일 서울대는 이 대학 공대 교수들의 연구 분야를 가장 쉽게 설명한 글들을 모아 일류 콘텐츠로 제작해 보급하는 '이지 워드(Easy Word)' 사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기계항공공학 원자핵공학 재료공학 화학생물공학 컴퓨터공학 등 각 전공 분야를 대표하는 공대 교수들이 연구내용을 초등학생들도 이해하는 쉬운 우리말 단어 2000개만을 사용해 설명해야 한다.
공대 관계자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지만 첨단기술을 이해하는 인구층은 선진국에 비해 두텁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첨단 과학기술 대중화를 통해 진정한 엔지니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가 공학기술 대중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은 일상생활이 엔지니어링과 갈수록 밀접해지고 있지만 공학기술은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낯설고 어려운 분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은 10년 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발표한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 이해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도는 37.6점으로 10년 전인 2006년 48.3점보다 크게 내려갔다. 지난해 11월 전국의 만 13~69세 청소년 500명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조사에서는 미래를 이끌 청소년층의 관심도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청소년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도는 첫 조사를 시행한 2005년 이후 최저치에 머물렀다.
미국에서는 제품을 알기 쉬운 단어와 그림으로 설명한 '씽 익스플레이너(Thing Explainer : Complicated Stuff in Simple Words)'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공학기술 대중화 시도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책은 식기세척기에서 원자력발전소에 이르기까지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명쾌한 일러스트와 유익한 설명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서울대의 '이지 워드' 프로젝트 역시 첨단 공학 연구 분야를 대중에 쉽게 소개해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다른 분야와의 융합연구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공학한림원 이유정 수석연구원은 "공학 기술자들에 힘입어 한국사회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지만 그동안 공학기술을 대중과 함께 하는 데에는 서툴렀던 게 사실"이라며 "공학기술문화 저변 확대를 통해 청소년들이 엔지니어의 꿈을 키울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미래 예비 공학도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 9월 취임한 차국헌 서울대 공대 학장(60·화학생물공학부 교수)이 주도하고 있다. 현재 1차 필진은 각 전공분야별 공대 교수 10여명으로 구성됐다. 서울대는 자체 편집 사이트도 개설해 교수들의 작업을 돕고 있다. 가장 활용 빈도가 높은 1000개의 영어 단어만을 사용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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