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개혁위원회가 7일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하는 수사구조개혁 권고안을 내놨다. 하지만 검찰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수사권(강제수사)과 영장청구권이 경찰로 넘어가면 권력이 비대해질 것이란 우려가 많아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개혁위는 이날 검찰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검찰과 경찰 간 견제와 균형을 실현하기 위한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구조 개혁' 권고안을 발표했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직접수사권 폐지, 독점적 영장청구권 견제를 위한 헌법 개정이 핵심이다.
박재승 경찰개혁위원장은 "한국 검찰은 기소권 외에도 수사권·수사지휘권·영장청구권 등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해 경찰은 수사, 검찰은 기소 및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선진국형 분권적 수사구조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권고안의 대전제는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다.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고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소 여부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구조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관의 범죄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혁위는 균형있는 수사권 조정을 위해 영장청구권과 관련된 헌법 개정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장청구권을 검사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압수수색영장까지도 검사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영장주의는 독립적이고 중립적 위치에 있는 법관의 판단이 본질이지 누가 청구하느냐의 문제가 아닌데 지금은 권한남용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 제12조 제3항 및 제16조는 '체포·구속·압수수색영장은 검사의 신청에 의해서만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개혁위는 "개헌 과정에서 해당 조항을 삭제하자"고 제안했다.
경찰은 개혁위 권고안을 수용해 국회 계류중인 형소법 개정안과 정부 중심 개혁법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최종 조정안은 내년 1월까지 마련한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내년 상반기 내에 형소법 개정안 발의 및 국회 통과, 개헌 시 검사 독점적 영장청구권 삭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권고안이 그대로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권고안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요구하는 경찰 측 입장만 내놓은 것으로 검찰개혁위원회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날 경찰개혁위 권고안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은 새 정부 출범 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직접적인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문무일 검찰총장(56·사법연수원 18기)은 지난 8월 8일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각계각층에서 여러 논의가 법안으로 발의된 상태이기 때문에 법률 개정에 대해 검찰이 어떤 답을 갖고 주장하기 보다 국회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지켜보고 기회가 주어지면 말하겠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또 "검찰은 법 집행기관이기 때문에 논의가 집약되면, 즉 법률이 통과되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총장은 경찰에 수사권을 모두 넘기는 방안에 대해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바 있다. 문 총장은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의 직접수사·특별수사 기능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검찰은 경찰 수사의 보완적·2차적 수사를 해야 하며, 일부는 직접수사·특별수사를 통해 사회 부정부패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금처럼 부패범죄 등 중요 수사는 검찰이 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 총장은 지난 10월 17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수사 권능이 한 곳에 쏠리면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은 국내 정보를 다루는 거의 유일한 조직이지만 수사인력은 경찰 전체로 보면 큰 부분이 아니다"며 "검찰이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돼있다고 비판받 듯 (경찰에 권한을 넘길 경우) 똑같은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 문 총장은 청문회 당시
[이현정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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