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해외공작금 유용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미국 스탠퍼드대에 국정원 돈 200만 달러(약 20억원)를 기부할 당시 기부금에서 나오는 연 10만 달러(약1억원)의 이자를 자신의 미국 체류비로 받아 쓰겠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은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이는 원 전 원장이 퇴임 후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거액의 국정원 자금을 빼돌린 것은 물론 그에 대한 이자까지 사적으로 챙기려 한 것이어서 최종 확인될 경우 비난의 여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최근 이같은 정황이 담긴 자료 등을 확보하고 이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과 남성욱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고려대 교수)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원 전 원장과 스탠포드대가 기부금 200만 달러에서 나오는 연 10만 달러 안팎의 이자를 원 전 원장이 미국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지내는 동안 필요한 생활비 명목으로 지급하도록 정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원 전 원장은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 기부금 원금은 온전히 대학 측에 넘기는 조건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전 원장은 그러나 2013년 3월 국정원 댓글 수사로 출국금지되면서 미국행이 무산됐다. 이 때문에 해당 자금은 그대로 스탠퍼드대에 남아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원 전 원장의 부인 이 모씨도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200만 달러의) 이자까지 350만달러가 연구소 펀드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 검찰은 원 전 원장이 2011년 말부터 2012년 초까지 국정원 해외공작금 200만 달러를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기금으로 보내도록 했다는 자료를 국정원으로부터 넘겨받아 조사해 왔다. 당시 국정원 자금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을 거쳐 연구소로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원 전 원장이 2013년 퇴임 이후 스탠퍼드대에 객원연구원으로 가려는 계획을 세우고 자리 마련을 위해 국정원 자금을 미리 기부하게 했다는 의혹은 있었으나 구체적인 경위는 이번 수사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밖에도 원 전 원장이 현지에 머무를 주택 마련 등을 위해 추가로 자금을 유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유용 규모와 과정을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정원장 재임 시절 부인을 위해 10억원 가까운 국정원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해 서울 강남구 도곡동 I
[이현정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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