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땅 밑에는 이암, 즉 진흙이 압력을 받아 굳은 돌이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암은 물에 약합니다.
포항 건물들이 기둥을 박고 있는 이 이암층이 이번 지진 때문에 지하수와 접촉했다면 문제가 심각해지는 겁니다.
이정호 기자가 물에 닿은 이암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실험해 봤습니다.
【 기자 】
포항에서 최근 건축 공사 중 채취한 이암입니다.
단단한 표면이 여느 암석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섭씨 30도 가량의 미지근한 물에 10분 동안 담갔더니 진흙처럼 흐물흐물해집니다.」
마그마가 굳어 만들어진 화성암이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과 대조됩니다.
▶ 인터뷰 : 한병권 / 이엑스티 상무(토질 및 기초기술사)
- "점토가 굳어서 만들어진 암반을 이암이라고 하거든요. 물이나 공기가 닿으면 쉽게 풍화가 되는 성질을…."
「땅 속 암석을 표기한 지질도를 살펴보니 포항 땅 밑의 수십 미터는 70~80%가 이암층입니다.」
지진 때문에 땅 밑을 흐르던 지하수가 이 이암층과 접촉했다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건축물의 말뚝이 꽂힌 이암층이 녹아 건물이 추가로 기울어지거나 부서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하 이암층의 덩치가 워낙 커 지하수와 접촉해도 녹는 정도가 크지 않을 거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 인터뷰(☎) : 오창환 /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 "(이암은) 완전 고화(딱딱해짐)되지 않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물이 공급된다면 액상화의 가능성을 가지고는 있죠. 하지만 이것을 밝히려면 많은 연구가…."
국내에선 강진 뒤 지질변화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만큼 광범위한 조사가 시급해 보입니다.
MBN뉴스 이정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