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적폐청산'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발생한 동료 검사의 투신 사망에 조직이 어수선하다. 이런 분위기에 검찰 재직 시 대표적 특수통이었던 박용석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사진·62·사법연수원 13기)가 고(故)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23기)에 대한 애도와 함께 검찰 수사에 대해 고언(苦言)을 했다.
박 변호사는 2001년 대검찰청 중수 2과장으로 근무하며 경부고속철도 차량 선정 로비 사건을 수사했고, 2008년 대검 중수부장으로는 세종증권 매각 비리를 수사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을 구속기소했다. 2011년 대검 차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7일 박 변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검찰은 정치권, 시민단체들이 고발한 사건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안하면 직무 유기가 된다"며 "다만 수사를 하면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게 된다"며 수사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보통 수사를 시작하면 강한 자에 대해서는 정보와 증거가 안 나오고 힘이 떨어진 세력에 대한 증거수집은 쉽다"며 "검찰이 형평을 맞추고 싶어도 증거수집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비리 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집중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 편파수사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지만 큰 사건을 지휘해본 그로서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변 검사 관련 소식을 듣고 너무 마음이 무거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과거 박 변호사가 검(劍)을 휘두르는 바람직한 자세에 대해 기고한 글이 최근 수사 상황과 맞물려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검찰동우회보 43호'에 '검사의 역할과 자세-동양 고전에 길을 묻다'는 제목으로 후배들에게 제언하는 글을 기고했다.
그는 이 글에서 '주역'에 나오는 '치명수지(致命遂志·군자는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초심을 잃지 않고 목숨을 걸고라도 뜻을 완수한다)를 인용하며 이것이 검사 DNA의 핵심이라고 전제한다. 다만 치명수지에 매몰될 경우 '과잉수사', '여론몰이수사', '먼지털이수사'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는 "거침없는 정의는 자칫 독선과 교만을 불러오고, 휴식 없는 정의는 독(毒)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또 "압수수색, 계좌추적, 통화내역조회 등으로 이것저것 들여다보면 모든 게 의심스럽고 수사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다"며 "그 과정에 한 개인이, 기업이 장시간 피해를 입고 결국 무리한 수사는 무죄를 양산하며 심각한 후유증을 야기한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수사의 성공이 반드시 정의 실현이라는 착각에서 과감히 탈피하라"며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명심할 것을 주문한다.
그는 "과도한 정의실현 의지는 자칫 검찰 파쇼화로 비칠 수 있음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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