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5)의 2087억원대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검찰이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 심리로 열린 신 총괄회장의 결심공판에서 "증여세 포탈·롯데시네마 매점 임대 사업 몰아주기 등 범행 전반을 최초로 지시했다는 점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과 함께 주범으로 볼 수 있다"며 "연령과 건강 상태를 고려하더라도 엄중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신 총괄회장 측은 "피고인의 애국심과 경영철학을 욕되게 하지 말아주시고 경제계 거목이 조용히 물러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신 총괄회장은 휠체어를 타고 지팡이를 짚은 채 법정에 나왔다.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3)이 휠체어를 직접 밀었고, 법정 방청석의 맨 앞에서 자리를 지켰다.
재판부가 신 총괄회장에게 혐의 사실에 관한 의견을 직접 묻기도 했지만 의미 있는 대화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등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여서 옆 자리에 앉은 변호인이 큰 소리로 말을 전달하거나 종이에 글씨를 써가며 통역인 역할을 했다.
신 총괄회장은 재판부가 "신 전 부회장 등에게 500억 원대 허위 급여를 지급한 게 잘못된 거란 걸 이제 인정하시는가"라고 묻자 "그게 문제가 되냐"고 반문했다. "왜 문제가 안 되는지 이유를 설명해보라"는 요청에는 "기억이 없다"거나 "일을 안 한 사람에게 (돈을) 준 적은 없다. 간접적으로 다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 재판 받고 있다는 건 알고 계신가"라는 물음에 "잘 모른다, 뭘 재판 하는 건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변호인이 횡령 혐의 등을 설명해주자 "누가 그런 말을 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두 손을 써가면서 "내가 회사를 위해 일을 했는데 왜 그게 횡령이 되느냐" "50년 전부터 롯데를 만들고 키워서 사원들을 많이 먹여 살렸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도 했다. 신 총괄회장 측은 "한 번 외출할 때 간호사와 경호원 등 9명 정도가 필요하다"며 "혈압약 등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이날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 등 현 경영진에게 무거운 형량을 구형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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