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 90대에 수감되는 첫 재벌 경영인 되나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95) 총괄회장이 1일 열린 롯데 경영비리 관련 재판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받으면서 90대에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첫 재벌 경영인이 될지 주목됩니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유남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 총괄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10년과 벌금 3천억원의 중형을 구형했습니다.
이는 이틀 전 그의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구형된 것과 같은 형량입니다.
이로써 국내 굴지의 롯데그룹을 일군 신 총괄회장은 말년에 본인과 장·차남, 장녀, 사실혼녀 등 일가족이 한꺼번에 법의 심판대에 올라 징역 5년 이상의 중형을 구형받는 불운을 겪게 됐습니다.
95세의 고령인 신 총괄회장은 현재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등기임원직에서 모두 물러난 상태라 그룹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설령 그에게 징역형이 선고된다고 해도 롯데그룹 경영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지난 8월 마지막까지 등기임원직을 유지하던 롯데알미늄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롯데그룹의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상황"이라며 "지금은 일종의 명예직이라 할 수 있는 총괄회장직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922년생인 신 총괄회장은 주요 재벌그룹 창업주 중 거의 유일하게 생존한 1세대 경영인입니다.
그는 대부분 작고한 여타 1세대 경영인들과 달리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롯데그룹의 경영을 일선에서 진두지휘했습니다.
그러나 2015년 장·차남 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불행이 시작됐습니다.
신 총괄회장은 경영권 분쟁의 결과로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롯데그룹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했고, 결국 검찰 수사를 거쳐 일가족이 한꺼번에 법의 심판대에 서는 처지로까지 전락했습니다.
신 총괄회장은 본인이 밑바닥에서부터 일궈 오늘날 재계 5위의 대기업으로 키운 롯데가 자신 혹은 가족 소유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런 인식 때문에 그가 롯데의 경영권을 철권통치하던 시절에는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를 비상장 기업으로 유지하며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횡령, 탈세, 배임 등의 혐의 역시 '내 회사는 나의 것'이라는 신 총괄회장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신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 모녀에게 롯데시네마의 매점 운영권과 롯데백화점 내 알짜
재계 관계자는 "100세를 바라보는 신 총괄회장이 과거 관행처럼 행해지던 낡은 경영방식에 발목을 잡혀 말년에 영어의 몸이 될 위기에 처한 현실이 안타깝다"며 "결론이 어떻게 내려질지는 모르지만 개인적 관점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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