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계는 20일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 결과가 건설 재개로 나온 것에 대해 "국민이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환영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간 새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숨죽였던 원자력계는 한 발 더 나아가 이참에 탈원전 정책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에 대한 여론이 많았다는 점은 결국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높았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제는 논의의 영역을 넓혀 사회 전체가 에너지 믹스(전원 구성)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또 합법적으로 진행하던 공사를 공론화로 중단시킨 것은 결국 국가 정책 신뢰도에 타격을 줬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음은 원자력계 반응입니다.
▲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 건설을 재개하라는 것은 탈원전 정책 자체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봐야한다.
이번 결론을 신고리 5·6호기에 국한할 수는 없다. 탈원전 자체에 대한 결론이라고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다.
공론화 기간 논의 과정을 살펴보면 신고리 5·6호기를 넘어 탈원전이냐, 아니냐가 제일 큰 이슈였기 때문이다.
그간 신고리 5·6호기의 경제성과 위험성이 아니라 이를 넘어 원자력의 경제성과 위험성을 논의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사를 재개하라는 것은 원전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론화 결론을 '적정 수준의 에너지믹스를 찾아가라', '일정 규모에서 원전을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하며 가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사 중단 여부를 공론화한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합법적 절차를 통해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그 과정에서 불법이 없었는데도 그것을 공론화 의제로 삼은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국가 정책 신뢰도에 큰 흠집을 준 것이다.
원전의 경우 60년을 내다보고 설비 투자를 해야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렇게 간다는 보장이 없으면 에너지 관련 투자가 제대로 될 리가 있겠나.
지금 신재생에너지를 하라고 밀어붙인다고 거기에 제대로 투자할 수 있겠는가. 이번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정부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걷어찼다.
▲ 임채영 한국원자력학회 박사 = 국민이 원자력계를 믿어준 결과라고 본다.
시민참여단이 우리 설명에 공감해줬다고 봐야 한다. "안전하게 튼튼하게 지어서 운전하라"는 국민의 격려와 당부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공론화 과정에 토론자 등으로 참여한 이상 처음부터 결과에 따르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원자력계도 책임이 무겁다. 국민 신뢰 회복은 원자력계에 주어진 숙제다. 그동안 원자력계에 비리도 있었고 국민이 불안해했던 부분도 있지 않았나.
잘 지어서 안전하고 값싸게 전기를 공급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국민 여러분이 믿어줬으니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또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그간 원전이 '안전하다', '안전하지 않다'가 핵심 쟁점이지 않았나.
다만 논의가 정치적으로 나아간 것 같다. 그런 점이 서로 차분하게 토론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나 한다.
▲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산업부 전력정책심의위원) = 억울하긴 하지만 환영한다.
다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앞으로는 이에 대해 책임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 탈원전 정책이 유지되는 한 원자력계는 계속 반대할 것이다.
공약을 정책으로 만들려면 1단계 공약, 2단계 정책화, 3단계 알림, 4단계 이행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지금은 2단계가 죽어버렸다.
알림의 단계에서는 (정부가) 국민에 잘못된 정보 알려주고 있다. 책임 있는 정치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는 정보 등을 제대로 알리는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공론화는 시작·절차·과정·기간이 잘못되는 등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대응 과정에서 팩트 체크도 안 됐다. (건설 중단 측이) 잘못된 데이터를 시민참여단에게 줬다.
재생에너지 쪽에 1년에 2조3천억원 정도가 지원되는데 그 중 3분의1은 원자력발전이 담당하고 있다.
만약 원전이 없어지면 그 부분을 '생돈'으로 짜서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원자력은 상당 기간 재생에너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오해로 한 산업을 죽이게 된 것이다.
▲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 = 건설 중단 시 후유증이 클 것이라는 점에 대해 국민이 인식한 것 같다.
국민이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중단에 따른 피해의 경우 비용도 문제지만 소송 등 후속 문제도 복잡하다. 당장 이미 고용된 사람들 관련 문제도 있다.
이번 사안은 계획된 것을 바꾸는 게 아니고 공사가 상당히 진행된 것을 중단하는 것이었다. 원자력에 대한 찬반을 묻는다기보다는 공사를 중단했을 때 생기는 문제점이 더 부각된 조사였던 것 같다.
재개가 결정된 만큼 중단을 주장한 국민의 불만과 상실감을 완화할 정책이 필요하다. 영역을 넓혀 에너지 믹스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이에 대해 전문가만 고민했다면 국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노후 원전 10기는 수명연장을 금지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중수로 노후 원전의 경우 조기 폐지하는 판단도 해볼 필요가 있다.
중수로 원전의 경우 경수로에 비해 안전성이 떨어지고 사용후핵연료가 많이 나오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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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국민의 오해가 많았는데 설득해냈다고 본다.
탈원전 정책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 검증될 방법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청문회나 공청회를 하면 좋겠다.
원자력계는 정부의 탈원전 관련 입장을 재고해달라는 쪽으로 여론을 환기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