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혹 내가 낸 세금으로 죄 없는 사람을 감시하고, 엉뚱한 사람을 댓글로 음해하고, 아니면 돈에 눈이 먼 방위사업체에 다 줘버리는 거 아냐란 생각도 드실 겁니다. 어디 한두 곳이었어야 말이죠.
그런데 증세까진 아니더라도 살기 팍팍해 한 푼이 아쉬운 지금, 기부를 하라면 마음 좋게 턱 낼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대도시에 사는 주민이 자기 고향이나 농어촌에 기부금을 내면 세금 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고향세 얘깁니다.
정부가 2019년부터 도입한다고 하죠.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방엔 상대적으로 세금을 적게 내는 노인들이 많으니 재정이 힘들어진 농어촌을 돕자는 건데, 도시민 입장에선 고향을 돕고 지자체는 재정 자립도를 높일 수 있어 좋긴 하겠지만 이런 취지만으로 선뜻 기부를 할 사람이 과연 있을지….
또, 지금도 지자체나 국가에 기부를 하면 세금 공제 혜택을 주는데 굳이 고향세란 명목으로 기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
더구나, 수도권 지자체가 동의를 하는지도 아직 우린 모릅니다.
2008년 고향세를 도입한 일본 역시 이런 문제를 안고 시작했습니다만, 세금 공제 혜택을 늘리고 지자체가 기부자에게 지역 특산물을 보내는 등 여러 보완책을 찾아 지금에야 간신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고향을 돕고 지역을 고루 발전시키는 거,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지역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가 끊이지 않고, 선거 끝엔 꼭 몇 곳씩 뇌물수수로 재선을 치르고 있는 지금, 무작정 돕자 보단 고향세가 우리 부모님을 위해, 내 고향을 위해 어떻게 제대로 쓰일지부터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요.
낭비되는 세금을 자발적으로 낼 국민은 없을 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