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출신으로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A(28) 씨는 이른바 고학력 알바족입니다.
학교 문을 나선 지 반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번듯한 직장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남들처럼 생활고를 겪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에게 계속 손을 벌리기 부끄러워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틈틈이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추석에도 A 씨는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 대학 친구와 함께 대형마트 단기 알바를 신청했습니다.
사상 최장인 열흘간의 추석 황금연휴가 시작됐지만 A 씨처럼 대학 졸업 후 사실상 실업 상태에 이는 이들의 마음은 오히려 더 무거워집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실업자는 모두 100만1천명으로 이중 절반(49.1%)에 달하는 49만1천명이 대학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구체적으로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가 32만6천명이었고, 전문대 졸업자가 16만5천명이었습니다.
실업자 2명 중 1명가량은 최소한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8월 전체 실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0.5%(5천명)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대졸 이상 실업자 수가 무려 12.9%(5만6천명) 급증했습니다.
반면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가진 실업자는 같은 기간 12.7%(5만7천명) 감소했습니다.
대졸 이상 실업자 증가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내지 한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던 대졸 이상 실업자 증가폭은 지난해 8월 11.6%로 두 자릿수 증가한 뒤 11월(5.9%), 올해 2월(5.0%), 7월(3.3%) 등을 제외하고는 매달 10%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대졸 이상 실업자의 상당수가 이제 막 상아탑을 벗어난 20∼30대 청년층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2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 37만2천명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대학을 막 졸업하는 시기인 20대와 30대 초반(30∼34세) 연령대가 전체의 66.7%로 집계됐습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려고 해도 기회의 문 자체가 열리지 않는 셈입니다.
대학진학률은 높지만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는 부족한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가 대졸 실업자 증가세의 원인이라는 지적입니다.
전반적인 일자리 사정이 악화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난 8월 취업자수 증가폭은 21만2천명에 불과해 2013년 12월(20만1천명) 이후 가장 적었습니다.
청년실업률은 9.4%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p) 상승했고, 특히 체감실업률인 청년층 고용보조지표 3은 22.5%로 1년 전보다 1.0%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재정을 통한 일자리·소득지원 방안'을 확정하면서 일자리 여건 개선에 나서기로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 관계자는 "재정투입 확대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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