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보고서'를 만들어 KBS 간부급 기자와 PD의 성향을 사찰하고 퇴출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당시 상황에 대한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18일 오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개최한 '청와대·국정원 KBS 좌편향 색출 주도 문건 공개' 기자회견에 해당 보고서에 등장한 전현직 KBS 기자와 PD들이 참석해 당시 업무 배제·보직 박탈 등의 경험을 공개했다.
국정원 보고서는 "KBS가 6월4일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곧바로 후속인사에 착수할 계획인데 면밀한 인사검증을 통해 부적격자를 퇴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국정원은 퇴출 대상으로 좌편향 간부, 무능·무소신 간부, 비리연루 간부로 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용태영 KBS 기자는 2010년 취재파일 4321 팀장이었다. 그는 "(문건에서) 왜곡보도 사례로 언급된 한명숙 무죄, 4대강, 봉하마을 관련 보도는 매우 드라이한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용 기자는 이어 "당시 해당 프로그램의 데스크를 맡은 지 3∼4개월 정도 지나 국장이 부르더니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며 이유도 없이 인사발령을 냈다"며 "지금 생각해보니 이게(국정원 문건이) 영향을 미치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권 이후 보직 없이 지내다가 2014년 퇴직한 이상요 전 KBS PD도 그때를 회상했다. 그는 "회사에 다니면서 관리당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간부들이 툭툭 던지는 말들은 그 사람들이 아니라 밖에서 만들어낸 말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런 말로 나를 질책했다는 생각이 분명히 든다"고 입장을 표했다. 이어 2010년 라디오국 EP를 지낸 소상윤 라디오국 PD는 "문건을 보니 나에 대해 '편파방송에 대한 자성이 없다'고 써놨는데 편파방송은 내가 맡았던 KBS 열린토론을 지칭하는 것 같
KBS본부노조는 국정원 보고서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상 KBS 내부의 협조자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MB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도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외압·내압 사례 공개와 법정 대응을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엄하은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