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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하면 떠오르는 밤의 여왕 아리아 역시 담라우를 대표하는 장면이다. 1990년대까지 오페라 애호가들은 '밤의 여왕' 하면 조수미나 프랑스의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를 떠올렸지만 2000년대부터 그 자리는 담라우가 물려받았다. 로열 오페라, 라 스칼라 등을 누비며 선보인 그녀만의 카리스마 넘치는 밤의 여왕은 세계를 홀렸다. 2006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열린 세계 최대 음악축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밤의 여왕을 맡은 영예 역시 그녀 몫이었다.
독일이 낳은 21세기 오페라 여왕이 오는 11월 21일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남편이자 유명 베이스 바리톤 니콜라 테스테와 함께다. 롯시니, 구노, 벨리니, 베르디, 푸치니 등의 오페라 속 유명 아리아들을 선보인다. 공연을 앞두고 이메일 인터뷰에 응한 담라우는 "여러분이 절 보러 멀리서부터 오게 만드는 대신 드디어 제가 여러분을 보러 가게 됐다"고 유쾌한 인사를 건넸다. 곳곳에 웃는 표정의 이모티콘이 그득한, 알려진 대로 밝고 호탕한 성격이 그대로 밴 답변이었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
-당신의 고음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들 한다. 노래의 비법이 있나?
▶끊임 없이 제 목소리가 어떤 상태인지 듣고 느끼고 좋은 테크닉을 연마해야 해요. 그래야 만이 오래도록 노래할 수 있죠. 젊을 땐 몸과 타고난 재능에만 기대는 실수를 하곤 했는데, 이는 오직 젊은 시절에만 가능한 일이죠.
-5년간 40개 가까운 오페라 무대에 서잖나. 몹시 바쁜 삶일 텐데, 당신의 일상이 궁금하다.
▶무대 밖에서 전 엄마예요. 두 아들이 저를 정말 필요로 하거든요. 큰애는 7살, 작은애는 5살인데, 이제 막 개학을 했어요. 삶의 균형을 잡기 위해 자연에서의 산책을 즐겨요. 예전엔 승마를 좋아했는데 이제는 좀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잖아요? 집에서 남편과 아이들과 춤추며 노는 것도 좋고,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해요.
-역시 음악가인 남편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기분은 어떤가.
▶아주 감사하죠. 오페라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그 극한의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는 건 너무나 멋진 경험이죠. 우리가 연기하는 장면이 어떤 것이냐가 중요한 건 아녜요. 사실 소프라노와 베이스가 함께 부르는 사랑의 듀엣은 별로 없거든요. (웃음)하지만 사랑 외에도 기쁨, 증오, 슬픔, 공포, 염원 등 다양한 감정을 함께 연기할 때 정말 흥미로워요.
-전세계 메이저 무대에 수없이 섰다. 당신도 무대에 서기 전 긴장하나.
▶그럼요. 무대공포에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있어요. 컨디션이 안 좋거나 준비가 완벽하지 않을 때(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이지만) 무대에 오르면 결코 즐겁지 않죠.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 긴장은 저를 신나게 북돋워 주기도 해요. 늘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 싶어요. 경주를 준비하는 경주마들 처럼요.(웃음)
-올랐던 무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데뷔 무대가 잊히지 않아요. 아리아가 끝나자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고 황홀한 박수가 이어졌는데, 무대 위에서 무릎을 꿇고 한참을 기다려야 했어요. 알고 보니 이런 갈채는 파바로티의 공연 외에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고 하더군요. 새로 온 한 명의 가수의 숨을 멎게할 만한 따뜻하고 멋진 환영이었죠.
-수많은 관객은 여전히 '밤의 여왕'으로 당신을 떠올린다. 딩신에게 이 역할의 의미는?
▶밤의 여왕은 오페라의 모든 역할 중 가장 강렬하고 신비로우며 독특한 여인이죠. 모든 관객이 그녀의 등장을 기다리고, 그녀는 모두에게 전율을 주죠. 위험하고 교활하며 강한, 제게 보물과 같은 역할이죠.
-그간 맡았던 수많은 역할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있다면.
▶초창기에는 밤의 여왕, 체르비네타, 질다(오페라 '리골레토') 등에서 제 실력을 보였죠. 지금은 비올레타('라 트라비아타'), 루치아('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처럼 고
-당신에게 음악이란?
▶음악은 제 종교예요. 제 삶을 인도해줍니다.
공연은 11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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