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이 이달 말부터 하반기 공개채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공채의 첫 번째 관문이라는 서류전형에서는 일반적으로 자기소개서를 비롯한 증명사진을 첨부해야 한다. 면접에 올라온 지원자를 식별하려는 목적이지만 기업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서는 '믿을 수 없다'고 여겨진 지 오래다. 지나치게 사진 보정에 신경 쓴 나머지 지원자의 실물과 전혀 다르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재직 중인 인사팀 과장은 "서류를 통과하려면 지원서 사진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떤 경우는 정말 다른 사람인줄 착각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는 "인사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어느 정도의 보정을 이해하지만 과도할 정도로 수정한 나머지 다른 사람이 나타나면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의 인사팀 담당자도 "소비자를 직접 대면하는 은행권, 항공사 등 서비스 업종의 경우 사실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지원자의 이미지를 일차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이력서 사진인데 눈을 키우고, 턱을 깎는 등 과도하게 보정을 한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지난해 760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이력서 사진 보정의 수준'(복수응답 가능)을 묻자 '피부만 보정'이라는 응답이 41.6%로 1위를 차지했다. '보정을 안 한 실제 얼굴'(41.6%)이라는 대답이 뒤를 이었다.
최근에는 직종에 따라서 이력서 사진의 유무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IT기업계열 인사 담당자는 "지원자의 인상을 판별할 수 있는 이력서 사진이 일부 직무에 따라서는 평가 요소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 외 계열에서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면서 "대다수 기업들이 공채 전형에서 이력서 사진을 제외시키는 경우도 있어 이러한 논란이 점차 잠잠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반대로 취업준비생(취준생)들에게는 첫인상이 되는 사진에 공을 들일수록 서류 통과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취업준비생 윤 모씨(24)는 "남들이 다 하는 증명사진인데 나만 안하고 있으면 조급해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약간의 보정을 통해 인상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면 다들 하는 분위기"라고 고백했다.
직장인 배 모씨(29)는 "요새 스펙에 이어 사진도 이력서에서 빼는 추세인데 실물과 다르다는 이유로 평가에서 감점하는 건 외모를 본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라며 "얼굴 보고 서류 붙인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력서용 사진 가격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대학생 김모(25)씨는 "사진관에 가면 '이력서용 사진'이 따로 있는데 보통 증명사진의 서너 배 값을 받는다. 비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10만원이 넘는 경우는 오히려 취준생들에게도 하나의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력서 내 증명사진 자체가 '외모 지상주의'를 심화시킨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기업들도 변화하는 분위기다.
삼성·현대차 SK 롯데 등 주요 기업은 이력서에 사진, 수상 경력, 어학연수, 인턴 경험, 봉사활동, 가족관계, 주소를 없앤 탈스펙 채용을 시행하고 있다. CJ와 이랜드도 지난해 상반기부터 토익, 학점, 자격증과 함께 사진란을 폐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국제선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많은 승무원 지원자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메이크업, 스튜디오 촬영비 등에 시간과 비용(1인당 평균 25만원)을 쏟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원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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