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소비자들, 제조사·판매처 상대 소송서 져

'가짜 백수오' 성분인 이엽우피소가 들어간 건강기능식품을 백수오로 알고 구입한 소비자 수백 명이 제조사와 판매처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동아)는 소비자 237명이 제조사 내츄럴엔도텍 등과, 유통·판매를 맡은 TV홈쇼핑·인터넷쇼핑 업체 및 중소기업유통센터를 상대로 "제품 구매대금과 위자료 50만원씩을 보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소비자들이 구매한 제품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당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제품은 모두 이엽우피소 혼입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대검찰청 등이 감정한 내츄럴엔도텍 공장의 건백수오 샘플에서도 이엽우피소 혼입 비율이 평균 3% 미만인 점을 근거로 들며 "이런 사실만으로는 혼입사실을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들 업체가 백수오 식품을 특정 질병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의약품'처럼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는 소비자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성로르몬 대체 효과가 있다' '골다골증에 좋다'는 등의 내용이다.
재판부는 "이 제품들은 '시험결과 확인된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의 효능'이라는 정보를 객관적으로 전달했다"며 "구체적 병명을 언급하거나 특정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표시한 것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들 제품이 '본 제품은 제품정보와 관련 없는 건강정보입니다'라는 문구를 명시한 점도 고려했다.
가짜 백수오 사건은 당시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된 백수오 건강기능식품에서 식용이 금지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백수오 제품이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TV홈쇼핑 등에서 인기를 끌었던 터여서 파문이 컸다. 이에 소비자들은 "판매업체들은 원료에 이엽우피소 등 가짜 백수오가 들어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판매해 잘못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