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공안 조작 사건인 '유럽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45년 전 사형을 당한 고(故) 박노수 교수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박상구)는 박 교수의 전 부인과 딸, 형제·자매가 국가를 상대로 낸 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이들에게 총 23억47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청구금액의 약 3분의 1을 받아들인 셈이다.
재판부는 박 교수 직계가족인 부인 양 모씨에게는 8억3212만원, 자녀 박 모씨에게는 9억9333만원의 피해액을 인정했다. 형제·자매에 대해서는 이들이 모두 숨진 상태여서 상속인 등에게 총 1억2700여만 원을 인정했다.
유족들의 소송대리인 조의정 법무법인 이담 변호사(45·사법연수원 35기)는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들이 받은 고통에 비해 금액적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며 "유족들과 상의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박 교수 부인은 한국이 싫어서 캐나다로 이민을 한 상태고, 자녀 박씨는 (부친이 간첩이라는) 굴레 때문에 결혼도 못하고 고통스럽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간첩단 사건은 예술계·학계·관계 인사 194명이 연루됐던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사건' 직후에 발생했다. 해외 유학 중 공산주의 동베를린을 방문한 유학생들이 간첩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박 교수는 당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재직 중이다가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1970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후 재심을 청
이에 2009년 10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중앙정보부가 박 교수 등을 불법 연행하고 강압적 수단으로 자백을 받아냈다"며 재심을 권고했다. 유족들은 그해 11월 재심을 청구했고, 2015년 대법원에서 재심 무죄가 확정됐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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