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맞은 원로 교수들은 줄줄이 퇴직하고 스타급 새 인재들은 떡잎 시절부터 외국에 빼앗기고 있어요. 서울대도 능력에 따라 몇 억씩 받는 '슈퍼스타급' 공대 교수가 탄생해야 해요. 안 그러면 서울대 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도 없습니다."
지난달 31일 취임을 하루 앞두고 공대 연구실에서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한 차국헌 서울대 공대 신임학장(60·화학생물공학부 교수)은 "해외 경쟁 대학들은 AI·빅데이터 등 분야를 넘나드는 일류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인재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외부기금을 투입해서라도 연봉에 구애받지 않고 세계적인 수준의 신진 학자들을 스카웃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최다인 6명의 후보가 입후보한 공대 학장 선거에서 340명 교수들 선택을 받은 차 학장은 공대 내 대표적인 '연구통'으로 통한다. 화학공학 분야에서 SCI급 학술논문 학술논문 310여편, 특허 90여건 등을 발표한 세계적인 수준의 학자다.
그를 학장으로 민 공대 교수들의 바람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인재양성을 위해 과감한 세대교체를 이끌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손대지 않아도 세대교체 속도가 너무 빠른 반면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는 새 인재 영입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대 공대 교수 중 임기가 2년 이하로 남은 만 63세 이상 교수는 전체 340명 중 33명에 달한다. 향후 2년새 전체 교수의 10% 가량이 바뀐다는 얘기다. 범위를 향후 10년으로 확대하면 무려 40%가 '자연 물갈이' 된다. 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예상됐던 인재는 오히려 학교를 떠나는 중이다.
2년전 공대 건축학과에 재직했던 피터 페레토(45) 교수가 서울대 급여의 3배를 보장받고 홍콩 중문대로 이직했다. 지난 5년(2011~2015년)간 서울대를 떠난 교수만 65명에 달한다. 직전 5년(2006~2010년)의 46명보다 19명(41.3%)이 늘었다. 동기간 스스로 사표를 내고 서울대를 떠난 교수는 111명에 이른다.
차 학장은 "교수를 빼앗기는 건 곧 기술을 빼앗기고 앞으로 해당 교수가 육성할 차세대 인재까지 빼앗긴다는 의미"라며 "법입화 이전 시절 공립대라는 이유로 정부가 정해 논 공무원 보수 상한선이 아직도 적용돼 '대못규제' 처럼 인재영입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평의원회에 따르면 서울대 정교수의 평균 연봉은 1억500만원으로 연세대(1억6200만원), 성균관대(1억3400만원) 등 국내 대학과 비교했을때도 60~80%선에 불과하다. '신진학자'로 분류되는 부교수, 조교수급으로 내려가면 8800여만원 7700여만원에 그치는 실정이다.
세대교체를 위해 서울 공대는 기존 교수 선발 방식에 대대적으로 '매스'를 대기로 했다. 그는 "마치 프로야구팀이 우수한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하는 것처럼 선구자들을 불러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차 학장이 외부기금 투입을 사용키로 한 것은 정부의 국립대 교수 연봉 상한선을 넘는 금액을 지원하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이다. 차 학장은 "애국심에 호소하면서 서울대에 와달라고 하는건 이제 통하지 않는다"며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처럼 국가 산업에 기여하는 엔지니어에 대한 대접도 바뀌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차 학장은 공대 산하 14개 연구소와 산학협력·창업 전담 조직인 SNU컨설팅센터를 통합하는 공학연구원 신설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운영되어온 연구소들을 통합해 산업계에 도움이 되는 대형 융합연구를 진행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 혁신역량을 갖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야 하는 것이 산업계의 과제라면 그러한 것을 상상하고 실현시킬 인재를 배출하는 것은 대학의 역할"이라면서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서울 공대가 체질을 전환하고
차학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 학사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화학공학 석·박사 학위를 마쳤다. 서울대 공대에서 정보화본부장(부학장)을 거쳐 지난 2010년 화학생물공학부 학부장을 역임하고,지난 1월부터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을 맡고 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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