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만에 '순직'으로 현충원 가는 김훈 중위에 父김척 "시대가 바뀌어서일까…"
19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벙커에서 숨진 고(故) 김훈(당시 25·육사 52기) 육군 중위가 19년 만에 순직 처리됐습니다.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열어 '진상규명 불능' 사건인 고 김훈 중위 등 5명에 대해 열띤 논의 끝에 전원 순직으로 결정했다"고 1일 밝혔습니다.
국방부는 "대법원과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등에서 진상규명 불능으로 판정된 고 김훈 중위는 GP(소초)인 JSA 내 경계부대 소대장으로서 임무 수행 중 벙커에서 '사망 형태 불명의 사망'이 인정됐다"고 부연했습니다.
김훈 중위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없지만, 그의 사망이 직무 수행 등 공무 관련성이 있는 만큼, 순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는 설명입니다.
김 중위는 비무장지대(DMZ) 수색작전과 같은 특수 임무가 아닌 소대장의 통상적인 순찰 임무 수행 중 숨진 것으로 판단돼 '순직 2형'으로 인정됐습니다.
김 중위는 1998년 2월 24일 근무 중이던 최전방 GP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군 수사당국은 서둘러 이 사건에 대해 권총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시 타살 의혹이 제기됐지만 군 수사당국은 현장 증거를 제대로 보존하지 않는 등 부실한 초동 수사로 의혹을 키웠습니다.
일각에서 김 중위 소속 부대 일부 장병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군 GP를 오가는 등 심각한 군기문란 행위를 했고 김 중위가 이를 척결하는 과정에서 살해됐을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김 중위 사건을 둘러싼 일부 의혹은 2000년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국방부 특별조사단까지 편성돼 사건을 재조사했지만, 자살이라는 군 당국의 결론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김 중위의 부친으로, 예비역 중장인 김척(75·육사 21기)씨는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19년 동안 동분서주했습니다.
김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김 중위 사건이 진상규명 불능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군 당국이 부실한 초동 수사를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2012년 김 중위의 순직을 인정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고 국방부는 5년 만에 이를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벽제 임시 봉안소에 있는 김 중위의 유해는 곧 현충원에 안치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순직 결정에 김척씨는 1일 "평생 몸담았던 군과 19년 동안 진실 공방을 벌여야 했다"며 "아들이 저 세상으로 간 이후 19년 동안 우리 집안은 파탄났다"며 "명색이 3성 장군 출신인데도 내가 아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김씨는 또 "국방부에선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훈이를 정신질환 자살자로 몰았습니다. 대법원에서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도,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모두 훈이가 자살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국방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어서일까. 19년 만에야 아들이 순직으로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국방부에선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고,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았다. 진실한 사과가 그렇게도 힘드나”라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앞으로 이런 의문사 사례가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며 "군 사건 수사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의문사도 세상에 알리고 공론화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더 이상 은폐에만 매달리면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지금도 군 내부에선 수많은 의문사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우리 아들은 아버지가 3성 장군인데도 순직 인정을 받는 데 19년이 걸렸다. 조사 과정
한편 국방부는 "기나긴 시간 동안 애통함을 가슴에 묻어뒀던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군 의문사 조기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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