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내 사망하는 '악성중피종', '제2의 살충제 계란'사태?…"정부가 병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10대 여중생이 석면에 노출돼 악성중피종에 걸려 사망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천안순천향대병원 석면환경보건센터 연구팀이 추적한 결과 여중생의 어머니가 1980년대 초부터 5년간 선박 해체 업체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당시 10대 여중생이었던 소녀가 살림을 거들면서 석면 가루가 묻은 어머니의 작업복을 수년간 세탁했던 것이 석면 접촉 경로입니다.
연구팀의 역학조사 보고서는 참혹한 '현재형 피해'를 낳고 있는 석면의 위협을 상기시키는 경고문이었습니다.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 7명이 2015년 하반기부터 1년 반 동안 전국을 돌며 만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사정은 일일이 분류할 수 없을 만큼 다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석면피해를 특정 지역이나 직군 등으로 한정할 수 없고 피해자 개인이 조기에 인식하기가 어려운 만큼 정부가 환자 발굴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의 보고서 역시 새롭게 발생한 피해자들에 대해 심층적인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새 설문지를 마련하고 역대 피해자들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예방 정책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연구팀으로부터 최종 보고서를 제출 받은 지 7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후속 조치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연구에 참여한 강동묵 전 양산부산대병원 석면환경보건센터장은 "환경부는 거액을 들여 만든 보고서를 적극 활용하기는커녕 추가 연구 착수에도 부정적인 태도로만 일관하고 있다"며 "위험군 예측 연구가 시급한데 공무원들은 '피해자들에게 돈만 나눠주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정부가 석면 광산·공장 인근 지역에 대한 조사 외에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건설현장은 물론 석면과 무관한 사람들의 일상으로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데도 환경부와 지자체는 광산이나 공장 이외 지역의 환자 발굴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석면피해자들 역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지난해 10월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은 아내를 둔 E씨는 "이대로 가면 계속 환자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적극적인 조치를 안
한편 악성중피종은 석면가루 등 폐·흉막 등에 쌓여 발병하는 종양으로, 석면 노출 후 20년 이상 경과 후 발병하여 1∼2년 이내에 사망하는 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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