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저녁 9시30분께 노원구 상계2동의 마을 교회 앞. 동네 주민들은 이 교회 국기게양대에 무언가 매달고 있는 수상한 사람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한 남성은 죽은 고양이를 노끈으로 국기게양대에 매달아 끌어 올리고 있었다. 해당 남성 김모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현장에서 경찰에 검거됐고 많은 주민들이 매달린 고양이가 끌어내려지는 장면을 지켜보며 혀를 찼다. 경찰이 수사를 위해 찾아간 김씨의 집에서는 고양이 것으로 추정되는 피가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다. 또 고양이를 냉동실에 수일간 보관했던 흔적까지 발견됐다.
김씨는 고양이를 학대했거나 직접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지만 본인은 부인하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고양이는 내가 기르던 것이 아니고, 죽어있던 길고양이를 보관하다 장난삼아 매달려 했다"며 "그게 죄가 되냐"고 항변했다. 노원경찰서는 김 씨에 대한 추가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 동물들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학대하는 엽기적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지난 15일에는 동물애호 카페를 운영하던 주인이 폐업을 앞두고 동물을 고의로 방치해 떼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의혹이 인터넷에서 제기됐다. 이 일은 네티즌들의 공분을 산 뒤 실제 경찰 수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식용견 논란'에 이어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안전한 먹거리'가 아닌 본질적인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한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거된 인원만 총 1190명에 달하며 최근 수년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3년 150명이었던 검거 인원은 2014년 262명, 2015년 264명, 2016년 331명으로 계속해서 늘어났고 올해도 6월까지만 183명이 검거됐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동물 학대 혐의로 금고 이상의 실형이 선고된 건수는 단 2건에 불과하다. 경찰관계자는 "최근 동물학대 사건 유형들은 과거 농촌에서 '고양이가 닭을 잡아먹어서' 식의 이유로 종종 발생하던 것과는 다르게 특정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드물다"며 "그냥 '학대' 자체를 즐기면서도 양심의 가책조차 별로 느끼지않는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16일에도 경기 하남시의 한 식자재 도매업체에서 60대 노인 A씨가 2개월 된 어린 강아지를 여러 차례 공중에 내동댕이 쳐 죽게 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A 씨는 "강아지가 어미를 찾는 줄 알고 (큰 개가 묶여 있는 공터에) 던져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조사결과 CCTV에는 한 차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움직이지 못하는 강아지를 A씨가 다시 집어 들고 몇 걸음 떨어진 도로 옆 공터로 던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법적으로 동물은 재산권의 객체인 '물건'으로 보기 때문에 학대하거나 죽였을 경우에도 강한 형을 선고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실제 처벌수준도 기껏해야 벌금형 등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 또 반려동물은 개인 재산에 속해 학대하더라도 소유권을 박탈하기 힘들다. 학대 받은 동물은 소유자로부터 격리 조치하도록 돼있지만 일부 심각한 학대 행위가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시 소유자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어 또 다른 학대를 방치할 수 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제도가 정비되고 있는데도 실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문 것은 동물 학대 처벌에 대한 수사 및 사법 기관의 인식 변화가 늦기 때문"이라며 "동물 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를 계속해 가고 '동물 학대'가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심각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공유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 3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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