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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김지혜 에디터] |
소셜미디어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이 버거 사진을 한번 쯤은 봤을 것이다. 바로 서울 한남동과 청담동에 있는 다운타우너(DOWNTOWNER) 매장에서 파는 아보카도 버거다. 아보카도 버거, 다운타우너 등 관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수만개의 게시물이 쏟아진다. 이 버거를 먹기 위해 1~2시간씩 기다렸다는 후기도 많다. 이름만 대도 알 정도로 유명한 연예인들도 줄서서 먹는다는 이곳은 그야말로 '핫플레이스'다. 한남점과 청담점을 합쳐 많을 땐 일매출이 1000만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한달 평균 이들 매장에서만 4000여개의 아보카도가 소진된다.
왜 이렇게 이곳의 아보카도 버거가 인기를 끄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비주얼 깡패'기 때문이다. 버거 안에 초록빛 아보카도가 부채꼴 모양으로 꽃혀 있는 모습은 싱그러우면서도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또 그동안 대부분의 버거가 누워(?)있었다면 이곳 버거는 우리가 잡고 먹는 방향으로 세워져 있다. 검정색과 하얀색 줄무늬가 사선으로 그려진 속 포장지는 트렌디한 느낌을 준다.
누가 어떻게 왜 이런 '기존에 없던' 버거를 만들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자료를 검색하던 중 다운타우너 대표가 얼마 전 강남 도산공원 쪽에 디저트 카페 '노티드(knotted)'를 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 카페는 오픈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입소문을 타며 가봐야할 맛집으로 꼽히고 있다. 손을 댔다 하면 '대박'을 치는 주인공은 과연 누굴까. 지난 23일 서울 신사동 다운타우너 청담점에서 이준범 대표(35)를 만나 아보카도 버거 탄생 비화와 사업 비결 등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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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3일 서울 신사동 다운타우너 청담점에서 이준범 대표(35)를 만나 아보카도 버거 탄생 비화와 사업 비결 등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 = 윤해리 인턴기자] |
- 미국에서 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16년을 살다왔다. 맛집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유명하다고 하는 버거집도 동부 서부 가릴 것 없이 다 가봤다. 단 한 번도 버거를 칼로 썰어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수제버거 가게를 갔더니 스테이크 먹듯이 썰어먹더라. 썰어먹는 건 버거를 제대로 먹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고로 버거란 두 손으로 딱 잡고 베어먹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수제버거를 버거답게 먹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버거를 세우면 들고 먹기 좋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검정과 하얀색 줄무늬가 사선으로 교차된 속지는 아내의 아이디어였다. 아내가 매장 인테리어와 로고, 포장지 등을 직접 디자인했다. 포장지는 일본 식기류 브랜드에서 착안한 것이다. 블랙 앤 화이트는 기본적으로 세련된 느낌을 풍기는 데다 식재료의 색감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초록색 아보카도, 빨간색 토마토, 노르스름한 빵 등 각 재료의 색깔이 포장지로 인해 도드라져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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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방에서 직접 패티를 굽는 이준범 대표 모습 [사진 = 윤해리 인턴기자] |
- 아니다. 그냥 맛있는 걸 좋아하는 정도였다. 요리도 잘 못한다. 대학교 때는 경제학을 전공했다. 금융권에서 인턴도 많이 해봤는데 적성에 맞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와 패션 구매대행 회사에 취직했다. 아침 9시에 출근해 새벽 3~4시까지 일하고 한 달에 150만~16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다. 그러다 어느 날 대학 선배가 강남 도곡동에 8평짜리 가게를 덜컥 임대했다고 하더라. 나보고 한번 운영해보겠냐고 제안하길래 '죽도록 일해도 얼마 못 벌고 있으니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시작할 때 이태원 버거 가게에서 일하는 캐나다인 쉐프에게 30분 정도 버거 만드는 법을 전수받은 게 다였다. 다행히 사람들은 맛있다고 해줬다. 고객들의 반응을 보니 보람과 동시에 재미를 느꼈다. 당시에는 장사가 그렇게 잘 되진 않아 시간이 남을 때마다 틈틈히 새로운 메뉴를 구상했다. 2~3년이 흘러 2014년 4월 28일에 경리단길에 내 가게를 차리게 됐다. 오베이(5bey)라는 버거집이었는데 마르가리타 위에 솜사탕을 얹은 칵테일을 선보여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로부터 1년 후 경리단길에 리틀넥이라는 브런치카페를 차렸다. 지난해에는 한남동에 다운타우너를, 올해는 강남쪽에 다운타우너와 노티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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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김지혜 에디터] |
-미국인들은 브런치로 아보카도 토스트를 즐겨먹는다. 호밀빵 위에 아보카도를 으깨 만든 과카몰리를 올려 먹는 것이다. 나 역시 아보카도를 매우 좋아해 미국에 있을 때 많이 먹었다. 하지만 몇 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아보카도라는 식재료가 생소했다.
아보카도가 주요 메뉴가 된 건 리틀넥 때부터였다. 리틀넥 오픈을 준비할 당시 아내가 나에게 '미국 현지스러운 아보카도 토스트가 아직 우리나라에 없는 거 같은데 이걸 시그니처 메뉴로 해보는 건 어때?'라고 말했다. 웰빙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니 시대 흐름과도 잘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아보카도 토스트는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후 다운타우너를 열면서 세우는 버거를 만들게 되자 아보카도가 위쪽으로 삐죽삐죽 튀어나오게 꽂을 수 있게 됐고 지금과 같은 모습의 아보카도 버거가 탄생한 것이다.
아보카도 치즈케이크는 노티드를 위해 모셔온 파티시에가 나를 위해 개발해준 메뉴다. 앞으로도 아보카도를 이용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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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윤해리 인턴기자] |
- 굳이 꼽자면… 부지런한 거? 매장 문을 닫고 집에 가면 거의 밤 12시쯤이 된다. 그때부터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에 올라간 우리 매장 후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읽어본다. 보통 새벽 3시쯤 자서 아침 7시에 일어난다. 하루 4시간도 못 자지만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는게 정말 재미있고 보람도 느낀다.
다운타우너를 시작하기 전에는 온갖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전 세계 버거에 대해 샅샅이 검색했다. 본 사진만 해도 수십만장이 넘었을 거다. 성공하려면 당연히 남들보다 많이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도 매장에 하루종일 꼬박 붙어있는다. 설거지만 몇 시간씩 한다. 현재 리틀넥, 다운다우너 한남점·청담점, 노티드까지 4개의 매장을 운영하는데 총 46명의 직원이 있다. 이 직원들의 가족까지 생각한다면 단 하루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새로운 사업을 할 때마다 대출도 많이 받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서 돈을 갚아야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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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윤해리 인턴기자] |
- 지금까지 대부분 4월 28일에 매장을 열어왔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이라 사람들이 돌아다니기도 좋은 적정한 시기다. 매년 4월 28일에 지속적으로 가게를 오픈하는 게 목표다.
아직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김지혜 에디터 / 영상 = 윤해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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