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을 앞두고 농축수산업 관련 단체 대표들이 청와대 앞에 모여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개정을 일제히 촉구하고 나섰다. 새 정부 이후 농축수산업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김영란법 개정을 위해 목소리를 낸 첫 사례로 올 폭염과 수해로 이중고를 겪는 농업인들의 성토가 터져 나왔다.
9일 오전 28개 농축수산업 생산자 단체들이 모인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농업인단체장 간담회에서 김영란법과 관련해 국내산 농수산물에 대한 예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약속한 바가 있다"며 "추석 전 김영란법 개정을 통한 경제 활성화로 FTA 등에 희생됐던 힘없는 농가와 약자를 보살피는 책임과 임무를 다해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김지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작년부터 시행중인 김영란법,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설, 추석 명절 선물용 상품판매가 줄어들면서 농축산 피해가 매우 크게 발생하고 있다"며 "부정부패의 곪고 썩은 상처는 도려내야 하지만 5000만 국민을 먹여 살리는 농업이 완전히 망한 다음에 청산된 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9월 28일 김영란법 시행 이후 농축수산 업계는 법 개정을 통해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조사 결과 김영란법 시행 이후 국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은 1242억 원으로 전년대비 26% 감소했다. 이 중 과일과 수산물은 각각 전년대비 31%, 26%씩 줄어들었고,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인 올해 설 명절 한우고기 선물세트 판매액 역시 지난해에 비해 2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청탁금지법이 친지와 이웃 간 정성 어린 선물을 주고받는데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임영호 한국화훼협회장은 "대통령이 저희와 만나서 약속했는데도 권익위원장이 김영란법을 그대로 1년간 더 연장
하자고 슬그머니 뒷걸음질 치는데 이 정부를 농민들이 믿을 수 있겠냐"며 "힘없는 농민들, 국민 먹거리 책임지는 생산자들에게만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박은정 권익위원장은 물러나야 하고, 정부는 서민과 생산자에게 힘이 돼 줄 수 있는 위원장을 선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