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일만에 법정에서 입 여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기소) 등의 재판은 오는 7일 결심공판이 예정돼 있다. 결심공판을 포함해 남은 4차례 공판 기일동안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변호인단 간에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2일 열리는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이 부회장은 법정에서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처음 입을 열게 된다. 지난 4월 7일 첫 공판이 시작된 지 118일만이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갔지만 증언을 거부했다. 다만 최지성 전 삼성그룹 부회장(67·불구속기소)의 피고인신문 종료 시점에 따라 이 부회장의 피고인신문은 2일 하루 만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을 끝으로 피고인신문이 종료되면 오는 3일~4일 재판부가 정한 핵심 쟁점을 놓고 특검과 변호인 측이 마지막 '창과 방패'를 들고 겨루는 공방기일이 열린다. 이틀 동안 양측은 자신들이 가진 모든 증거 등을 활용해 재판부를 설득시켜야 한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이 부회장이 최순실씨(61·구속기소) 딸 정유라씨(21)에 대한 '승마 지원'에 개입했는지 여부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돈을 뇌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 쟁점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간 있었던 총 세 차례 독대에서 부정한 청탁과 이에 대한 대가로 뇌물을 수수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종범 수첩'과 '대통령말씀자료' 등을 증거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변호인단은 두 사람간의 독대 과정에서의 오간 내용은 두 사람만이 알 뿐이고 특검이 제시한 증거 등은 모두 추측과 정황뿐이라고 반박한다. 실제 독대에서도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는 게 변호인 측 주장이다.
그렇다면 왜 삼성이 정 씨를 지원하게 됐는지를 놓고도 양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비선실세'인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사전에 인지하고 최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을 통해 경영권 승계 등의 현안을 해결하려고 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강요에 의해 마지못해 지원을 한 '피해자'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 최초에는 승마 유망주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공익적 성격으로 시작했지만 최 씨의 변심으로 정 씨 1인 지원에 그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다른 기업들은 강요와 직권남용의 피해자로 보면서도 삼성에 대해서는 대가관계 합의에 따른 뇌물로 볼 수 있느냐 여부도 핵심 쟁점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는 구속기한(8월27일) 등을 고려해 8월 넷째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 선고를 생중계 하는 것을 허용할지도 관심사다. 단 1심 선고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특검과 변호인 중 적어도 한쪽은 항소를 할 공산이 커 보인다.
[채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