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서울지방법원서 열린 '국정농단' 재판에 참석한 후 부랴부랴 청와대로 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관한 주요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신 회장은 다소 어눌한 한국말로 정부의 서비스산업 육성 대책을 적극 건의했다. 유통 서비스 분야 일자리 창출이 제조업 분야보다 월등하기 때문에 서비스산업을 정부가 키워달라는 간곡한 요청이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꼭 필요한 규제와 과도한 규제를 잘 구분해야 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심도있는 논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간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부자(대기업) 증세 등 분배 위주 정책을 밀어붙이던 정부가 기업 규제완화로 대표되는 성장 카드를 꺼내들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규제프리존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U턴 기업지원법 등 쟁점 법안들은 언제 빛을 볼지 모르는 상황이다. 극한 여야 대치 이후 하계 휴가를 즐기고 있는 정치권은 박근혜 정권에서 추진했던 규제완화 법안들에 대해 서로 눈치만 보면서 핑퐁게임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 법안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경제 3법' 이라고 불리던 중점법안이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반대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서비스산업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자는 취지의 법안으로 당시 의료민영화 논란이 일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규제프리존 법은 지역 특색에 맞는 맞춤형 규제완화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두 법안은 현재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여당이 협상에 응할 경우 즉시 관련법 통과 논의에 돌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31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은 서비스발전법 등 경제 활성과 관련 법안을 지금이라도 통과시켜야한다고 보고 있다"며 "하지만 여당인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진전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여당이 해서는 소용이 없는 일이다"며 실천 의지를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5월 20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당론차원에서 중점적으로 처리할 법안으로 경제 관련 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해둔 상태다. 이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내놓은 법안들을 기본으로 수정할게 있으면 수정하자는 것이 당의 생각"이라며 "실제 협상 논의가 시작되고 진행된다면 관련법 통과는 일사천리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부와 여당의 의지에 따라 관련법 통과 여부가 사실상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바른정당도 여당에 규제완화를 위한 전향적 태도변화를 요구했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은 오랜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법안이라 새로 준비하는 것보다 기존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우선"이라며 "서비스 분야 혁신이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돼야하는 시대에 집권여당이 이제라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경제법안들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 의장은 "여야간 논의가 활발하지 않을 경우 올해 본회의에서 바른정당 단독으로라도 기업 규제완화 법안의 제출과 처리를 주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서비스발전법의 경우 19대 국회에서 원격의료 등 의료 분야를 제외한 분야에 대해 여야간 합의를 봤지만 당시 청와대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민주당은 19대 국회에서 합의한 정도라면 서비스발전법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프리존법에 대해서는 "현재 당정 협의를 통해 민주당 안의 규제프리존법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이 법을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 이 법을 지역발전 차원에서 선호하고 있는 만큼 규제를 일괄적으로 해소하는 식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발전전략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6월 추경 통과를 위한 협상카드로 "규제프리존에 대한 민주당 안을 마련하겠다"며 "악법을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지만 야당과 맞출 수 있는 부분은 논의해보겠다"고 밝힌바 있다. 9월 국회에서 세법개정안 등 쟁점 법안에 대해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을 경우 두 법안이 여야간의 협상카드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이같은 정치권 움직임에 대해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부의 양극화 시대에 대기업을 포함한 부자증세와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기업의 규제를 획기적으로 철폐하는 정책이 함께 가지 않는다면 경제성장의 효과는 나올 수 없다"고 단언했다. 변 전 국장은 "규제프리존 법은 특정 지역별로 특정 산업의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것인데 이 또한 정부가 이끌어가는 것이고 또 다른 규제다"라며 "4차산업혁명의 특성이 컨버전스(융합)인 만큼, 안전과 환경에 큰 해가 되지 않는 이상 특정지역의 모든 산업 규제를 완전히 풀어줘야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전범주 기자 / 김태준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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