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혐의 여성들 "죽일 의도가 없었다…속았을 뿐" 오열
김정남을 암살한 혐의로 기소된 동남아 출신 여성들이 재판에서 "죽이려던 것이 아니었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혐의로 기소된 여성들에 대한 재판이 28일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렸습니다.
피고인인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여)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29·여)은 이날 오전 방탄복을 걸친 채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법정에 들어섰습니다.
이날 재판부는 김정남이 살해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 TV 영상 등 경찰이 제출한 증거 자료를 심리하고, 오는 10월 2일 첫 공판을 열기로 했습니다.
시티아이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변호인측은 "재판이 본격화하면서 불안감이 커진 탓"이라면서 "시티 아이샤는 범행의사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사건에 휘말렸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함께 출석한 도안 티 흐엉은 시종 미소 띤 얼굴을 유지했습니다.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은 올해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두 피고인이 살해 의도를 갖고 범행했다면서 지난 3월 1일 살인 혐의로 기소했지만, 이들은 TV쇼 촬영을 위한 몰래카메라라는 북한인 용의자들의 말에 속았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말레이시아 형법 302조는 의도를 가지고 살인을 저지른 자는 반드시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유죄가 입증될 경우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에게는 사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VX 신경작용제를 주고 범행을 지시한 오종길, 리지현, 리재남, 홍송학 등 북한 국적자 4명은 범행 당일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에 숨어 있던 나머지 북한인 용의자들도 3월 말 전원 출국이 허용됐습니다.
시티 아이샤의 변호인인 구이 순 셍은 "우리는 국외로 도주한 북한인 4명이 주범이라고 믿는다
도안 티 흐엉은 김정남이 살해된 지 이틀 만인 2월 15일 범행 장소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베트남행 비행기를 타려다 붙잡혔습니다.
시티 아이샤는 같은달 16일 쿠알라룸푸르 외곽의 한 호텔에서 체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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