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야 하지 않아? 경조사비는 언젠가 다시 돌려줄 돈인데 얼마인지 모르면 나중에 적게 주고 서운할 수 있잖아"
"이걸 왜 고민해? 축의금이나 조의금 내역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아"
"오해가 없으려면 미리 얘기해서 광명 찾는 게···"
"정말 실수일 수도 있고 말 안했다가 괜히 사이만 나빠질 수 있어요"
"빨리 해결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저는 되레 마음을 비워요. 괜히 잘 못 말하면 서로 간에 서먹해져요"
결혼식 축의금에 '빈봉투'가 왔을 때 어찌하면 좋을지 20·30들의 반응이다.
우리나라는 혼례뿐만 아니라 상장례 등과 같은 애경사가 있을 때 이웃끼리 서로 챙기는 관습이 수백 년 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그 형태와 취지는 현재에 와서 크게 달라진 것 같다. 지금은 금액을 맞춰 받은 만큼 줘야 하는 '거래'와 '대가'의 의미가 강해졌다는 데 의견을 크게 달리하지 않을 법하다. 청첩장과 부고는 '고지서'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과거에는 큰일을 치를 때 일손이나 현물로 '십시일반' 돕는 '품앗이' 성격이 강했다. 혼례나 상장례가 있을 때 곡식이나 술 등 필요한 물품을 주거나 노동력을 제공하는 형태이다.
현재는 부조 문화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까?
결혼한 30대 남성 회사원 정 모씨는 "챙겨야 할 경조사가 많다보니 10만원을 받으면 10만원을 주고 상대가 부조를 안 하면 으레 하지 않는다"며 "경조사에 따른 부조가 거래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 선·후배 경조사, 개업, 돌잔치, 집들이까지 모두 챙기려니 경제적 부담에 허리가 휠 정도지만 (부조를) 빼먹으면 관계가 서먹해지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미혼 여성 직장인 김 모씨(35)는 "부조를 받을 때는 누가 얼마를 넣었는지를 잘 기록해 놓고 상대방 경조사 때 돌려준다"며 "형편이 어려워도 받은 부조금보다 적게 하면 인간관계가 깨질 수도 있어 반드시 금액은 지킨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서 수시로 경조사를 알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인다"는 반응도 나온다.
20대 여성 강 모씨는 "교회 청년부 등 여러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단체 카톡방 등을 통해 경조사 메시지가 올 때면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털어놨다.
강씨는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결혼 등의 소식을 접하면 모르면 몰랐지 알면 그냥 넘어가기가 어려운데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런 경조사 문화에서 실수든 고의(?)든 부조금을 받았는데 빈봉투가 전달됐다면 어찌해야 할까?
20·30들은 빈봉투가 왔다고 상대에게 바로 말해주는 것이 맞다는 대답이 많았다.
김수영 씨(가명·30)와 이주연 씨(가명·26)는 돈의 행방이 어찌됐는지를 당사자에게도 알려주는 게 낫다고 말한다.
"말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부조는 일종의 품앗이처럼 암묵적인 서로 간 약속인건데, 그 사람이 얼마를 한지 알아야 나중에 그 사람한테 실례를 범하지 않을 테니까요"(수영 씨)
"돈을 준 사람한테도 알려주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고의로 그런 게 아닌 이상은 정말 넣었는데 돈이 분실됐을 수도 있고 아님 정말 깜빡했을 수도 있잖아요"(주연 씨)
'상대방과 관계가 어떤
직장인 최광연 씨(가명·39)는 "빈봉투가 왔다는 사실보다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를 따져서 실수든 아니든 '넘어가 줄 수 있는 관계'라면 얘기를 꺼지지 않은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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