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지역에 들어서면 안 될 혐오시설, 위험시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그런 시설이죠.
그럼 어린이집·소방서·연구원·기숙사, 여긴 어떨까요.
우리 동네에 꼭 있어야 할 필수 시설 같은데, 아닙니다.
희한하게도 어린이집과 소방서마저 이젠 '님비 시설'이 됐습니다. 시끄럽고, 교통이 복잡해질 거란 우려 때문에….
저출산 시대, 아이를 많이 낳는 건 좋지만 키우는 건 다른 동네에 가서 하라는 거죠.
이런 이유로 어린이집이 건립되질 못하고 있고, 17만 6천 명의 아이들은 평균 1년 6개월을 기다린 끝에 국·공립 어린이집에 입학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일도 있습니다.
서울 금천구는 '사이렌 소음이 싫다'는 주민들의 반대로 무려 22년간 소방서를 설립하지 못했고, 옆 동네 소방서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대학부지 안에 기숙사를 지으려 해도 주민들의 반대로 구청의 허가조차 받지 못한 곳도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들어오면 음주에, 애정행각도 벌일 텐데 아이들이 보면 어쩌냐는 게 이유죠.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그런 시설조차 내 주변, 우리 동네엔 짓지 말라는 과거엔 없었던 다소 황당한 이기주의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예술의 도시 비엔나는, 혐오시설인 쓰레기 소각장을 오히려 도심 한가운데 세워 세계적인 친환경 예술작품으로 탄생시켰고 전 세계인이 찾는 명물이 됐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해맑게 떠드는 소리,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까지 '소음'이라고 반대하는 건, 너무 과한 반응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