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정우 군(왼쪽)과 양태양 군이 25일 오후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 8층 매경닷컴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우리 곁에 있지만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리어카로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빛이 된 '빛돌이' 소년들이 청년으로 성장해 '제 2의 리어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 다시 세상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년 전 전북 군산중앙고 2학년 소년 5명은 의기투합해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리어카에 '태양열 후미등'을 달아주는 일을 시작했다. 밤길 우연히 마주한 교통사고에서 리어카를 끌던 노인이 크게 다친 장면을 목격한 이들은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샤인더월드(Shine The World)'라는 동아리를 만들고 파지 줍는 노인들의 리어카에 빛을 달아주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되는데···
고등학교 2학년 샤인더월드를 주도적으로 결성한 양태양(20) 군과 이정우(20) 군을 25일 오후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 8층 매경닷컴 사무실에서 만났다. '빛돌이'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한 '샤인더월드' 제2막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 |
↑ 군산중앙고 양태양 군(오른쪽부터 두번째)과 친구들이 후미등이 달린 리어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제공: 쉐어앤케어] |
쾅!
어느날 한밤 중 학원이 끝나고 길을 걷던 태양 군은 친구들과 끔찍한 사고를 목격한다. 승용차가 한 노인의 파지 리어카를 들이받은 것. 그리고 그 사고로 인해 리어카 할머니는 크게 다치게 된다. 모두는 일순간 큰 충격에 빠진다. 이후 그그 장면은 오랜 시간 그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잔상을 남기게 된다.
양군은 샤인더월드를 만들게 된 동기를 이렇게 떠올렸다.
"사실 이전엔 미처 몰랐어요. 동네 어귀에서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노인들의 모습이 그냥 힘든 생계를 위해 작은 수입이나마 만들려는 몸부림으로만 보였죠. 그저 동정하고 그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고작이었어요"
태양 군과 친구들은 당시 사건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파지 줍는 노인들이 항상 위험에 노출된 상태라는 것과 어쩌면 생명을 담보로 그런 활동을 한다는 것을.
![]() |
↑ 25일 오후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 8층 매경닷컴 사무실에서 양태양 군(20)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의미 있는 결심이었어요"
태양 군과 친구들은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된다. "더 이상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겠다."
그렇게 그들은 파지 줍는 노인들의 리어카에 후미등을 달아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다. 이름하여 '샤인더월드' 프로젝트. "근사하죠"(태양)
태양 군은 공학도를 꿈꿔 왔다고 한다.
"공학이란 빛이 밝아지고 있는 이 세상에서 한편에서는 공학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그늘도 짙어지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동아리 이름을 '샤인더월드'로 지었어요. '세상에 빛이 되자'. 제 이름인 '태양'에서도 모티브를 얻었죠."
샤인더월드는 페이스북에 후원 동영상을 올려보기로 한다. 그리고 뜻밖의 지원을 받게 된다.
"긴가민가 하는 마음으로 동영상을 올렸는데 정말 후원이 생길 줄이야"(정우)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올린 후원 요청 동영상에 정말 후원이 붙을 줄은 몰랐어요. 처음에는 15만원이 들어왔고 이후 관심과 격려가 빗발쳤죠"(태양)
파지를 줍는 노인 중에는 형편이 어려워 리어카조차 없이 힘든 몸을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은 리어카에 붙이는 후미등 외에 'LED 목도리'도 생각해냈다. 또 파지를 줍는 노인들이 경계심을 가지고 있어 보다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한 것도 목도리를 선택한 이유다.
"파지를 줍는 어르신들에게 후미등을 달아 들이기 위해 찾아갔어요. 하지만 다들 경계하셨죠. '돈 받는 거 아니냐, 나 이런 거 안 산다'고.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의심을 풀어드리기 위해 LED 목도리를 매드리면서 설득했어요"(태양)
![]() |
↑ 군산중앙고 양태양 군(왼쪽부터 두번째)과 이정우 군(윈쪽부터 세번째)이 후미등이 달린 리어카를 끄는 할머니와 함께 있다.[사진 제공: 쉐어앤케어] |
"하지만 계속해서 후미등을 달아드리기 어려웠어요. 금전적 후원이 있었지만 많지 않았고 학생이었던 탓에 재정적인 어려움에 곧 직면했죠"(정우)
이때 샤인더월드는 '쉐어앤케어'를 만나게 된다.
샤인더월드의 선행은 쉐어앤케어(소셜 기부 플랫폼)에 깊은 인상을 남겼고 감동한 쉐어앤케어는 '리어카에 빛을 달다'라는 스토리로 후원금 100만원을 목표로 하는 '공유를 위한 후원' SNS 캠페인을 진행한다. 공감을 통한 감동은 12일 만에 목표액을 달성했고 총 100만800원이 태양 군과 친구들에게 전달됐다. 후원금으로 친구들은 폐지 줍는 노인 17명을 도왔다.
■ 샤인더월드 제2막은 '안전 리어카'
태양 군과 친구들은 이제 앳된 고등학생에서 벗어나 올해 대학에 진학했다. 태양 군은 아주대 기계공학과에, 정우 군은 건국대 스마트ICT융합공학과에 입학해 서로 다른 곳에 있지만 고등학교 때 인연으로 샤인더월드 제2막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 인액터스 동아리 '끌림'과 리어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어요. '안전한 리어카, 가벼운 리어카, 광고하는 리어카'를 콘셉트로 기업 후원을 준비 중에 있죠"(정우)
끌림과 함께 만드는 리어카는 브레이크 기능 등 안전장치를 갖춘 제품으로 폐지 수거 노인들에게 제공한다.
이 리어카에 광고 플랫폼을 접목해 보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버스 랩핑 광고처럼 리어카에도 광고를 붙이는 것이다. 공학도인 샤인더월드 태양 군과 정우 군은 광고 효과를 파악할 수 있어야 기업 후원이 붙을 수 있는 만큼 후원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장치를 고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실제 리어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세고 리어카 경로를 파악해 지역 맞춤형 광고를 싣는 방식이다.
![]() |
↑ 25일 오후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 8층 매경닷컴 사무실에서 건국대학교 스마트ICT융학공학과 이정우 군(20)이 '샤인더월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누구나 남을 돕고 싶다는 마음은 있어요. 하지만 거창한 일이라 생각해 쉽게 선뜻 실천에 옮기지 못하죠. 생각보다 남을 돕는 첫걸음은 쉽습니다. 소셜 기부 플랫폼에 올라온 여러분의 공유만으로도 남을 도울 수 있어요"
정우 군은 남을 돕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지금까지 후원해 주신 분들과 주위의 응원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응원과 격려를 통해 남을 돕는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다고 한다. 또한 그들이 과정에서 느낀 보람도 원동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공학도인 태양 군은 전공을 남을 돕는데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과학과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 김은아 인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