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녹취록 공개 "기사 잘못 쓴 매체 없애는 공작이 여러분이 할 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국정원 부서장 회의 녹취록이 공개됐습니다.
24일 열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원 전 원장의 발언을 모두 살려낸 국정원 부서장 회의 녹취록을 추가 증거로 제출해 내용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전 부서장 회의 녹취록'은 국정원이 2013년 수사 당시 검찰에 제출할 때 일부 삭제한 것을 복구해 다시 제출받은 자료입니다.
검찰이 제시한 녹취록을 보면 언론과 국회를 국정원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원 전 원장의 그릇된 인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원 전 원장은 아래와 같은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기사 잘못 쓴 보도 매체를 없애버리는 공작을 하는 게 여러분이 할 일이지 이게 뭐냐"
"내용이 문제가 아니고 잘못 나면 그것을 어떻게 죽이려고 해야지 어떻게 기사가 났는데 다음 보도를 차단시키겠다 이게 무슨 소리야. 기사 나는 걸 미리 알고 기사를 못 나가게 하든지 (중략) 잘못할 때마다 쥐어패는 게 정보기관이 할 일이지 그냥 가서 매달리고 어쩌고 하면 안 된다"
원 전 원장은 국회가 하는 일에도 개입하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 전 국정원장은 2010년 3월 당시 전부서장회의에서 "4월 국회 때는 지방행정구획 개편에 관한 법 같은 거 확실하게 정리되도록"이라고 주문하면서 "4월 국회에 안 되면 6월 초 (지방)선거 하지, 원 구성 합의 안 되면 7월, 8월 넘어가 버리고 양당 전당대회 하면 정기국회 이후 일도 못 하고 지나갈 수 있다고 확실히 지도하고 설득도 해서 웬만한 거 정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찰 측 주장에 원 전 원장은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하라고 했다는 부분은 국민에게 안보 자신감을 갖게 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 것"이라며 "안보 교육은 국정원이 기존부터 해오던 활동인데 이게 어떻게 정치, 선거 개입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원세훈 전 원장 변호인도 "검사의 얘기를 들으면 회의에서 나온 정부 정책이나 정치 관련 발언이 위법성이 있듯이 전제하는데, 어디까지나 이는 개별 실행과 연결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SNS 대응 문건 역시 허위사실 유포에 대응하라는 것이지 댓글을 작성하라는 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검찰은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등의 문건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이 문건은 국정원이 작성해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보고한 것으로, 2011년 10·26 재보선에서 당시 여당이 참패하자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할 목적으로 작성됐다는 게 검찰 주장입니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국 직원들을 동원해 SNS와 인터넷 댓글 여론 형성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을 국정원법 및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1심은 국정원법 혐의만 유죄로 봤습니다.
2심은 선거법 위반 혐의도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 없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30일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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