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중 남성이 홧김에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도시가스 호스를 잘랐다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검찰은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줄 뻔했다며 유죄를 주장하면서도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구형했습니다.
남성은 배심원 판단을 받겠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습니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A(52)씨는 지난 1월 16일 오후 8시께 다가구 주택인 자신의 집에서 부인과 다투던 중 화가 나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가스 밸브를 열고 고무호스를 가위로 잘랐습니다.
집 안에는 A씨의 노모도 있었으며 가스가 집안으로 누출됐으나 다행히 폭발하지는 않았습니다.
부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A씨는 가스 방출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조사결과 A씨는 오랫동안 당뇨병을 앓았고 합병증으로 일주일에 3일씩 신장투석을 받을 정도로 고통 속에 살던 중 부인과 다투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폭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고 폭발시키려 시도하지 않았지만 A씨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는 재판까지 받는 것은 가혹하다며 배심원 판단을 받고자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습니다.
형법상 가스방출죄는 징역 1∼10년으로 정하고 있지만 법원의 양형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A씨가 가스를 누출시켜 다수가 생명·신체·재산 피해를 볼 뻔 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습니다.
일단 배심원들도 모두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양형에 대해서는 배심원 7명 중 6명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1명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5년 의견을 냈습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고충정 부장판사)는 검찰과 배심원의 판단을 종합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도시가스 호스를 잘라 자칫 가스폭발로 이어졌다면 인근 주민들까지 회복하기 어려운 신체·재
이어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타인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점, 다행히 가스폭발로 이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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