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한반도의 생활 모습을 바위에 새긴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수위를 낮췄던 울산 사연댐이 긴 가뭄에 바닥을 드러냈다. 더 이상 퍼낼 물이 없는 사연댐은 52년만에 취수가 완전 중단돼 울산지역 식수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반구대암각화 보존 대책이 17년째 지지부진한 가운데 사연댐 수위를 낮춰 국보를 보존하자는 문화재청 방안이 식수 확보에 위협이 된다는 염려가 사실로 드러나 근본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1일 울산 울주군 두동면사무소에서 35번 국도로 이어지는 도로의 삼정교. 다리에서 바라본 대곡댐은 물이 말라 수몰된 마을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곡댐은 울산 식수댐인 사연댐에 물을 공급하고, 울산시는 사연댐에서 물을 취수해 식수로 공급한다. 울산은 또 다른 식수댐인 회야댐을 포함한 3개의 댐에서 식수를 자급하고 있어 식수난의 거의 없는 지역이다.
하지만 현재 대곡댐 저수율은 4.7%, 사연댐은 3.6%로 식수댐 기능을 상실했다. 급기야 울산시는 20일부터 1일 식수 전량(40만t)을 낙동강에서 끌어오고 있다. 낙동강 물을 사용하면 월 20억원을 수자원공사에 지불해야 한다.
과거 가뭄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울산이 올해 유난히 심각한 식수난을 겪는 이유는 가뭄 영향도 있지만 대곡댐과 사연댐 사이에 있는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수년 전부터 사연댐의 수위를 낮췄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울산시는 2014년 8월부터 평상시 55m 수위를 유지했던 사연댐(만수위 60m) 수위를 48m로 낮췄다. 수위를 낮추면 취수량의 3분의 2가 줄어들지만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서는 사연댐 수위를 50m로 낮춰야 한다는 국무총리실과 문화재청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평상시 수위를 유지했다면 최근 가뭄에도 식수난이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울산시 한 관계자는 "가뭄에 대비해 수위를 올릴 수도 있었지만 지자체가 국보를 훼손한다는 정부와 문화단체의 비난이 부담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울산시는 수위 조절 대신 반구대암각화 앞에 생태제방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20일 심의에서 부결했다. 2009년과 2011년 이후 3번째 부결이다. 울산시는 "생태제방은 암각화를 물로부터 안전하게 격리하고
문화재청 반구대암각화팀 관계자는 "반구대암각화 보존이 울산 식수와 관련 있는 만큼 문제 해결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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