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친화적 경찰 개혁을 위해 지난달 출범한 경찰개혁위원회가 과거 경찰의 인권 침해 사건을 조사할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조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진조위는 백남기 씨 사망사건,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등 과거 경찰권 행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진 사안에 대해 진상조사와 책임 규명에 나설 계획이다.
이는 경찰의 숙원인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선결과제로 청와대가 제시한 경찰의 인권 역량 제고를 실현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더욱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연내설치가 결정되는 등 검찰개혁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경찰은 이날 경찰개혁위의 첫번째 권고안에 대한 전면적인 수용의사를 밝히며 수사권 조정을 위한 고강도 셀프 개혁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19일 경찰개혁위원회는 서울시 미금동 경찰청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 첫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날 박경서 경찰개혁위 위원장은 "인권경찰로의 개혁을 위해선 주요 인권침해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찰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명확히 밝히고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경찰개혁위 인권분과의 최우선 과제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15년 11월 16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촐궐기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결국 사망한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과 지난 1999년 경찰의 강압수사로 허위 자백을 해 징역형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등을 언급하면서, 진조위가 이같은 사건들에 대한 △진상조사 △책임규명 △재발방지 △인권정책 개선 등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창익 경찰개혁위 인권분과 위원은 "용산참사, 밀양 송전탑 사건, 제주 강정마을 사태 등도 진조위의 결정에 따라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대규모 경력이 투입되고 시민들의 인권침해 진정이 빗발쳤던 사건은 모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에로부터도 사건을 접수해 조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진조위의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위원 3분의2는 민간 위원으로 채워지고 위원장 역시 민간에서 맡게 될 예정이다. 백남기투쟁본부와 용산참사대책위 등 각 사건 관련 단체들의 의견도 위원 선정 과정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는 게 경찰개혁위의 설명이다. 내달 출범하는 진조위는 예정이고 최소 1년간은 활동할 예정이다.
경찰개혁위는 진조위의 조사 결과 경찰의 명백한 위법행위가 드러난 경우에는 별도 고발조치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시사했다. 오 위원은 "진상조사위원회는 기본적으로 권고하는 입장이고 판단은 경찰의 몫"이라면서도 "사안의 중대성과 징계 소멸시효 등을 고려해 진상조사위원회가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날 개혁위 권고안 발표에 자리를 함께한 이철성 경찰청장은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 명백한 불법 행위가 있다면 후속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날 경찰개혁위는 △변호인 참여권 실질화 △영상녹화 확대 및 진술녹음제 도입 △장기내사 기획수사 일몰제 도입 등 인권친화적 수사제도 개선안을 함께 경찰에 권고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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