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까지 차별…'중규직은 공무원이 아니라서'
청주에서 피해 복구 작업을 하다가 숨진 한 직원이 정규직 공무원이 아닌 무기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순직처리가 되지 않아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도로보수원 박모씨는 지난 16일 오후 청주시에서 폭우로 파손된 도로 보수작업을 마치고 잠시 쉬는 도중 심근경색으로 숨졌습니다. 당일 작업 중 과로가 원인으로 보입니다.
그는 평소 공무원임을 자랑스러워했지만 정규직공무원이 아닌 '중규직'이었습니다.
중규직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긴 하지만, 공무원연금법 등의 적용을 받는 완전한 공무원 신분이 아니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어정쩡한 처지에 있는 무기계약직을 빗댄 말입니다.
그는 세상을 떠난 뒤에도 평소 자부심을 가졌던 공무원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공무원연금법' 등에 따르면 '공무원이 재난·재해현장에 투입돼 인명구조·진화·수방 또는 구난 행위 중에 사망하면 순직 공무원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순직 공무원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가 수해의 현장에서 작업하다 숨졌는데도 이런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현행법상 무기계약직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폭우의 현장에서 일하다 숨진 그에게 지급되는 보상은 충북도청이 전 직원이 가입한 단체보험에서 나오는 사망 위로금이 전부입니다.
고용기관인 충북도가 무기계약직을 대상으로 가입한 산재보험은 근로복지공단의 심사에서 산재로 인정받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충북도 관계자는 "박씨가 공무 중에 숨졌기 때문에 순직으로 처리를 하고 싶지만, 현행법률상 무기계약직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여중생 딸과 팔순의 노모가 있는 점을 고려해서 산재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기계약직들의 모호한 지위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무기계약직이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도 지난 17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무기계약직 2천442명 전원을 정규직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상은 일반 공무원이 아니라 산하 기관의 근로자들입니다.
대부분의 자치단체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기간제 직원의 무기계약직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현행법상 공무원은 공개채용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공무원 전환은 사실상 어렵다"며 "다만 기간제 직원은 이달 말께 정부의 방침이 나오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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